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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상공회의소가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2014 해외노사문화시찰단'을 파견, 도요타자동차 공장 견학과 일본 노사관계 현황 및 경제적 환경 등을 살펴보고 한국의 노사문화와 비교·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은 도요타 기후공장을 둘러보고 시찰단과 일본 노사 관계자들과 토론회를 하는 모습. 기후공장 견학하는 모습은 회사 측 사진촬영 금지 요청으로 아쉽게도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일본경제가 디플레이션에서 성장 경제로 전환하고 있다. 경기도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는 분위기다. 기업 실적 회복에 따라 채용도 증가하고 노동시장에서도 호전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일본 경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도요타자동차의 실적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매출 25조6,919억엔, 영업이익 2조2,921억엔으로 모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매출 23조9,480억엔, 영업이익 2조2,386억엔을 6년 만에 뛰어넘었다. 2011년 도요타자동차는 위기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2010년 미국에서의 대량 리콜 사태, 동일본 대지진 등 악재가 이어졌다. 생산에 막대한 차질을 빚은 도요타는 2011년 결국 GM과 폴크스바겐에 추월당하며 세계 3위로 추락했다. 하지만 도요타는 지난해 세계 1위로 복귀했다. 안정된 노사 관계가 한몫했다. 도요타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노조가 자진해서 기본급 동결을 사측에 먼저 제안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판매 하락, 리콜, 지진, 홍수, 생산 차질 등 많은 어려움을 겪는 동안 눈앞의 이익보다는 생존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울산상공회의소가 일본 경제가 재도약 할 수 있는 발판이 무엇인지 찾아 나섰다.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2014 해외노사문화시찰단'을 파견, 도요타자동차 공장 견학과 일본 노사관계 현황 및 경제적 환경 등에 대해 살펴보고 한국의 노사문화와 비교·평가하는 시간을 가진 것. 일본 경제가 재도약의 날갯짓하는 현장을 지면에 옮겨본다.


'적기생산·작업중단 시스템' 세계최고 생산 원동력
끊임없는 기술 혁신·근로자 능동적 참여 이룬 합작 


# 17개 공장 중 최우수 품질 자랑
26일 일본 기후현 도요타 기후공장. 일본 내 도요타자동차 17개 공장 가운데 최우수 품질을 자랑하는 곳이다.
 기자가 본 생산 현장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머리 속에 피상적으로 맴돌던 '도요타식 생산 방법'을 의미하는 단어 'TPS(Toyota Productivity System)'의 실체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도요타자동차의 승합차 'Hi Ace' 차량을 203초에 한 대 꼴로 생산해 내는 기후공장은 올해로 가동 74주년을 맞은 오래된 공장이었다.


 생산 라인에 들어서자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총 4,458개 부품을 조립하는 직원들의 손놀림은 정연했다. 현장 직원들이 자석을 이용해서 볼트와 너트를 잡기 가장 쉬운 상태로 두는 사소하지만 업무 효율을 높여주는 노하우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근무 강도는 상당했다. 근무조는 2시간 마다 10분 휴식이 전부. 쉬지 않을때는 콘베이어벨트를 통해 쉼없이 밀려오는 자동차에 나사를 조이고 부품을 탑재한다. 하나같이 이마에 구슬땀을 송글송글 달고 업무에 임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강한 노동강도에 대해 노조의 불만이 없는지 묻자 기후공장 노동조합장은 "노동 강도나 직원들에 대한 처우 문제는 노조와 회사가 수시로 상의해 결정하기 때문에 근로자들의 불만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회사 입장에서는 구조조정 하지 않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지만 노조는 회사가 구조조정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며 "노사간 양보는 당장은 서로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회사의 이익으로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도요타식 생산방식의 요체는 필요한 부품을 실시간 공급하는 '적기생산'(Just in time)과 불량품을 절대 다음 공정으로 보내지 않는 '작업중단 시스템'(Line stop system).
 이 회사 관계자는 "만약 자기 공정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작업자가 즉시 라인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작업 중에 문제를 발견한 근로자가 머리 위의 흰 밧줄을 당기면 작업현황을 나타내는 게시판의 색깔이 초록색에서 황색으로 바뀐다.
 하지만 약 1시간의 라인 견학 동안 황색으로 바뀌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결국 세계 최고의 생산시스템으로 불리는 도요타 생산방식 TPS는 기업의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근로자들의 능동적인 참여가 어우러져 완성된 합작품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기후공장 근로자들은 1인당 연간 10건의 작업개선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면서 "70년 전 만들어진 기후공장의 생산성과 품질이 경쟁국의 초현대식 공장들을 앞서는 것은 근로자들의 열의와 자발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후공장 호시노  테츠오 회장은 도요타 생산방식의 핵심은 현장을 중시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 개선 다음으로 작업의 표준화를 꼽았다.
 호시노 회장은 "현장을 개선한 후 이를 반드시 표준화해 직원들이 지킬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며 "이는 현장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임직원으로 구성된'TOYODA 생산조사부'가 역할을 끊임없이 수행한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도요타 협력사들을 일일이 돌아가면 각 회사 현장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자주연구회(연수의 장)를 이야기하면서 파트너십을 통한 품질안정의 중요성도 전했다.


'선 성과 후 분배' 원칙 정착 54년간 무분규 달성
  2분기 실적 8년만에 최고치 협조적 노사관계 힘

# 임직원 생산성 향상 집념·안정적 노사관계 한몫
도요타의 이 같은 빈틈없는 생산 시스템은 임직원의 생산성 향상에 대한 집념과 안정적인 노사 관계가 바탕이 됐기에 가능하다. 덕분에 도요타는 올해 2분기 실적으로 영업이익 6927억엔, 매출 6조3,906억엔을 달성했다. 작년 2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4.4% 늘어나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매출은 2% 늘어났다. 앞서 도요타는 지난해 매출 25조6,919억엔, 영업이익 2조2,921억엔으로 모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매출 23조9,480억엔, 영업이익 2조2,386억엔을 6년 만에 뛰어넘었다.
 도요타가 이같은 재도약을 할 수 있었던 데는 협조적 노사관계의 힘이 컸다. 도요타도 1953년 80일간이나 파업이 지속될 정도로 노사 냉전시대가 있었다.


 도요타는 이후 54년간 단 한 건의 분규도 겪지 않고 고용유지와 일자리 창출을 우선시하는 '선 성과, 후 분배' 원칙에 입각한 임금협상 관행을 정착시켰다.
 실적이 이렇게 좋은데도 불구하고, 도요타 노사는 작년까지 5년 연속 임금을 동결한 데 이어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74% 증가했음에도 기본급을 1.5%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첨단기술 개발과 미래 성장동력 투자가 시급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도요타 기후공장 측은 이에 대해 "영업이익이 급증했지만 노조가 장기적인 사업 환경이 여전히 불투명해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공장라인을 둘러본 울산상의 해외시찰단 이용주 동서발전 노동조합 위원장은 "사회문화적 풍토가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일본의 경영 전략과 노사관계를 우리에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도 "동반자적 노사관계를 유지하는 기업문화가 바로 기업성장과 위기극복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은 본받아야 할 지점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 "일본, 벤치마킹 대상 아닌 넘어서야 할 상대"
이번 시찰단에 노동조합을 대표해 참석한 이준희 한국노총울산지역본부 의장도 "안정적 노사관계를 위해서는 노사 간 상호 신뢰와 협조를 통한 활동이 필요하다"며 노동문제에 노·사·정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 이제는 일본의 점진적 혁신이 아닌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파괴적 혁신이 시대 정신이라며, 더 이상 일본이 벤치마킹 대상이 아니라 넘어서야 할 대상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는 반응도 나왔다.
 현대차 송상호 과장은 "일본의 저력을 확인하는 계기임에는 틀림없으나, 점진적 혁신이 현 시대에 적합한 경영전략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며 "일본의 생산시스템은 기대 이하였으나, 안정적인 노사관계는 부러움의 대상인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고 말했다.
 울산상의 김 철 회장은 "이번 시찰기간 중 배운 경험들이 협력적, 안정적인 노사문화 정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더 나아가 지역기업 노사 모두가 미래지향적 고용생태계 구축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미영기자 myida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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