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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채 두달이 남지 않았습니다.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점에 이르고 보니, 지나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갑니다. 그간 열장의 달력이 한 장 한 장 떨어질 때마다 내일은 그리고 다음 달은 더 좋아지겠지 기대하면서도 이내 후회가 밀물처럼 밀려왔습니다.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그때 이런 일이 없었다면, 이라고 가정법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반성과 성찰의 토대 위에 새롭게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도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명징한 진리를 확인하게 됩니다.

 그래서, 필자도 야인이 된 지금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낙엽을 보며 겨울이 멀지 않았음을 예감하기에.

 당시에도 공직은 월급은 많지 않았지만,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된 직장이었습니다. 공직의 길을 스스로 갈무리하면서 세운 목표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 약속은 지켜내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공직의 길을 계속 걸었더라면 퇴직 이후에도 적지 않은 연금이 보장되는 안정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를테니.

 기대한 만큼의 돈은 벌지 못했지만, 열심히 일했고, 나름 성취감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쁜 생업에도 틈틈이 시간을 쪼개 이웃과 지역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기회와 여건이 맞아 정치권에 진출하는 행운이 찾아왔습니다. 당선의 영광도 누렸고, 쓰디 쓴 낙선의 패배도 삼켰습니다. 대적할 상대가 없어 무투표 당선도 되고, 울산광역시의회를 이끌어 나가는 의장의 중책도 맡게 되었습니다.

 순간 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주어진 보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안주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하찮고 보잘 것 없는 민원같지만, 그것을 하소연하는 민원인들에게는 그 보다 무거운 일이 없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대뇌이며 사람을 만났고,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습니다.

 원만하게 해결된 민원도 있지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민원이 많았기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이 더 많았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법적 및 제도적 여건으로 인해 수용할 수 없는 민원은 안타깝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때는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조금 더 최선을 다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도 남습니다.

 십수년에 걸친 의원활동을 마감하고, 조그만 텃밭을 가꾸며 소일을 하는 야인이 되고 보니, 열심히 한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잘해야 하는 것이 무척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후회가 후회로만 남아서는 전진할 수 없습니다. 유난히도 올해 우리나라와 울산에도 후회가 되는 일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쓴 필자에게도 그렇습니다.

 슬픔과 아픔을 딛고 일어서기 위해서도 후회가 후회로만 끝나선 안될 것입니다. 반드시 반성과 성찰의 계기가 되어야 하고, 새로운 도약과 발전의 디딤돌이 되어야 합니다. 

 올해도 아직 열리지 않은 시간의 상자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상자속에서 보물을 찾는 일은 끝나지 않았다는 희망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가 필요할듯 합니다.   

 필자도 며칠 남지 않은 한해 더욱 심기일전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처음 정치를 시작했을 때 마음가짐으로 무엇이 되기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는 이웃과 지역을 아끼고 사랑하는 평범한 시민이 될 것입니다.        

 9회말 투아웃, 패배의 절벽에 서 있다고 하더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승리의 여신이 환하게 미소지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강타자 요기 베라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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