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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미술관]얼굴없는 자화상
기라영 화가
2014년 11월 11일 (화) 16:09:15 기라영 작가 webmaster@ulsanpress.net
   
 

램브란트, 반고흐, 에곤 쉴레, 프리다칼로 그리고 윤두서…. 이 화가들의 이름을 들었을 때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있다면 자화상일 것이다. 자화상은 화가가 자신을 주제로 표현하는 방식인데 이제껏 수많은 화가들이 자화상을 남겼고, 또 화가라면 한 번쯤은 자신의 모습을 그려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화가는 왜 자화상을 그리는 것일까?
 램브란트처럼 자긍심을 갖고 자신을 과시하는 것, 앤디워홀처럼 오히려 자신을 숨기거나 과장하는 것, 프리다칼로처럼 고통스런 자신의 경험을 기록화하며 스스로를 단련시키는 것, 또는 고흐처럼 자기반성에의 의미로도…. 화가들은 자신의 모습을 통해 다양하게 삶과 내면을 표현해 왔다. 자화상은 화가의 보여지는 모습과 또는 보여지고 싶은 모습, 성장과 삶의 표현까지 의식과 무의식 그 모든 것을 담아내는 이미지의 총체이다.


 이러한 화가의 내적고백이 감상자에게 전해지면 감상자는 그것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최근에 본 신진작가 박소현의 자화상은 필자에게 그러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자화상은 현대에 와서 화가의 외적묘사 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는데, 박소현은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의 조합' 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
 중학교를 마치고 한국을 떠나 베트남과 시카고에서 학창시절을 완성하고 10여 년이 지난 지금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박 작가는 아직 많은 것이 불편하다. 경어가 없어 누구와도 격식을 갖추지 않고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영어와 서구적인 생활습관이 아직은 작가에게 더 익숙하지만, 결국 자신이 본질적으로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깨닫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그의 작품을 통해 느껴진다.


   
▲ 박소현 作 'Tacos' 혼합재료 83cmx130cm(2014)
 박소현의 드로잉에는 김밥, 비빔밥, 마카롱, 라멘 등으로 토핑된 피자, 면과 떡으로 구성된 샌드위치, 신당동스타일의 떡볶이핫도그, 파스타로 채워진 밥버거 등의 익숙하지 않은 조합의 음식들이 등장한다. 이 작품은 최근 그의 대표작인 Tacos이다. 일반적인 Tacos는 멕시코요리지만 현재 미국인들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으로, 토르티아라는 얇은 빵에 고기 해물 등을 넣어 싸먹는 음식이다. 박소현의 Tacos는 밥, 콩나물무침, 멸치조림, 깍두기, 오뎅조림, 조기의 작가가 좋아하는 한식이 토르티아에 가득 싸여져 있다. 작가는 갑자기 바뀐 생활환경에 불편한 순간들을 겪으면서 한국인이지만 한국인이 아닌 것 같은, 그렇다고 미국인도 아닌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자신의 현실을 익숙하지 않은 또는 일반적이지 않은 음식의 조합과 동일시 해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완성된 작품 속에서 보여지는 작가는 매우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다. 익숙하지 않은 조합의 음식물에 조각을 내고 그것을 다시 엮어서 또 다른 완전한 형태로 재조합 시키면서 독특한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해 내기 때문이다. 마무리작업인 손바느질이 그것을 잘 증명해주고 있다.
 작품 'Tacos'는 자신의 방식으로 현실과의 갈등을 극복하고 조화를 이루고자 하는 박 작가의 자화상이다. 그래서 박 작가는 작품 Tacos와 최근 드로잉 작업을 두고 '얼굴 없는 자화상' 이라고 말한다.


 작가가 고집하는 드로잉작업의 재료인 목탄, 목탄연필, 콘테, 잉크로 표현되는 모노크롬톤은 현실 속에서 갈등하고 있는 작가와 그 현실을 긍정적으로 극복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더욱 강렬하고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수단이다.
 일반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익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의 차이 일뿐이다.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서로 다른 것의 차이를 존중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조화를 이루어 나가면 될 것이다. 그것이 작가가 자화상 Tacos를 통해 세상을 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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