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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문정림의원과 공동으로 지난 11월 18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 체계정립을 위한 정책방향'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강정훈 경상대병원 교수와 장윤정 국립암센터 호스피스완화의료사업과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이재용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을 포함한 5인의 관련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최근에는 잘 사는 것(well-being)만큼 잘 죽는 것(well-dying)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에 대한 판결로 인해 '존엄사'에 대한 논란이 사회적으로 촉발된 이후에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것이냐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가족들의 고통과 경제적 부담 등을 들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야한다는 견해와 생명 존엄성 훼손과 남용 위험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견해가 그것이다.

 2013년 7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연명의료의 환자결정권을 제도화하는 권고안을 심의하고, 환자 돌봄 서비스인 '호스피스·완화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문제 해결을 목표로 설정했다.

 그동안 종교계·민간단체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던 지역사회 기반 호스피스는 2010년 5월 '암관리법' 전부 개정을 통해 말기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병원 기반 호스피스, 즉 완화의료로 발전되었다. 그러나 운영현황을 보면, 우리나라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기관은 올해 6월 기준 전국 55개 기관 880병상으로, 전체 병상 수 36만9830개(2011년 기준)의 0.2%에 그치고 있다.

 세계건기구의 정의에 따르면, '완화의료'는 완치가 불가능한 환자에 대한 적극적이고 총체적인 돌봄으로 통증과 다른 증상들, 심리적·사회적 그리고 영적인 문제들의 조절이 주가 되는 것을 의미하며, 완화의료의 목표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삶의 질을 고취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매년 7만여명의 암환자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으면서 임종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 대가족 중심의 전통사회에서는 환자를 돌보는 것이 가족의 책임이었고, 국민건강보험제도 역시 환자의 간병은 당연히 가족이 맡는 것을 전제로 하여 만들어져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에서 의료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간병 서비스는 우리 의료정책 당국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중증질환으로 진단되면 건강보험이 검사와 약가의 대부분을 지원하고 본인은 5%만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돌보는 일은 간병인 또는 가족의 일원이 담당하므로 개인 부담이 된다. 호스피스·완화의료라는 적극적인 간병서비스 확대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지난 2003년 10월 호스피스·완화의료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지 1년이 지난 시점에서, 2가지 문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첫째,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의 대상이다. 우리의 경우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근거가 '암관리법'에 있어서 말기암 환자에 한정되고 있다. 2002년에 수정된 세계보건기구의 완화의료 정의에 의하면, 암이 아니더라도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모두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2008년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대상 중 61.7%가 암 이외의 환자들이었다.

 두 번째는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제공하는 인력과 기관에 대한 것이다. 현재 호스피스·완화의료 인력과 기관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전문의 양성과 의료팀 구성, 그리고 기존 병원의 병동 및 지역사회 독립시설을 확대해야 한다. 지금 시행중인 완화의료 전문기관은 대학병원이나 암센터와 같은 병동형 중심이다. 미국은 개인 또는 가정방문 호스피스·완화의료 기관 비율이 74.3%(2011년)를 차지하고 있어, 병원 기반의 우리 서비스 제공방식과 차이가 있다.

 행복한 삶이 중요한 것처럼 행복한 죽음도 인간답기 위한 필수적인 권리라고 본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의료현장의 지침을 마련하고, 임종환자와 가족을 위한 교육 보급, 그리고 간병부담 경감을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호스피스·완화의료시설)를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범국민적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이 삶의 의미를 부여하고 삶을 완성하는 곳이라는 이미지로 변화시키고, 전문인력 양성, 연구·학생 및 일반인 교육, 자원봉사 등을 통해 '한국형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데 가일층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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