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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박성민 중구청장은 쇠락했던 중구 원도심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관료사회의 틀 속에 갇혀 본 적이 없는 박 구청장은 문화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행정에 접목시켰다. 원도심을 역사· 문화·이야기를 담은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고, 문화의 거리, 테마관광가도, 시립미술관 건립 등 문화자원을 활용한 사업을 밀어붙여 사람들이 모여들게 만들었다.

 박 구청장은 무엇보다 '중구는 울산의 종갓집'이라고 치켜세우며, 그동안 산업수도 울산의 비약적인 발전에 소외되어왔던 주민들의 패배의식과 두려움을 자신감과 용기로 바꿨다.

 박 구청장을 언급하는 것은 최근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대도시 자치구를 폐지하자는 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특별시와 광역시 단위 기초의회를 폐지하고, 구청장과 군수를 광역시장이 임명하자는 방안을 발표했다.

 자치구를 없애자는 것은 한마디로 우리나라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지방자치제는 1991년 지방의회 출범, 1995년 민선단체장 선출로 제법 많은 경력을 갖게 됐다.

 박 구청장의 예처럼 울산 중구의 변화는 관료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끌어낼 수 없다. 공동체의 주민과 같이 호흡을 하지 않다보니 주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주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한다. 울산 중구와 울주군은 정체성, 역사성과 행정 수요가 다르다. 동일 생활권이 아니며 행정 수요도 판이한데 구·군 자치제를 폐지하면 시가 다양한 행정 수요에 대응할 수 없다. 특별·광역시-구 간 갈등도 시-구 간의 불합리한 사무 배분과 구청장·구의원 선거에 정당공천제를 도입해 시장-구청장의 소속 정당이 다르게 됐기 때문이지 구 자치제 때문이 아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지방의원들은 주민들과 희로애락을 같이 하면서 생활정치를 실천하고 있다. 초선시절에는 아마추어로 시작하지만 재선, 3선을 거치면서 프로 못지않은 전문가로 자리 잡아 간다. 지방의회가 잘 정착해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모두가 애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자치구 폐지를 논의할 것이 아니라, 현재 지방자치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데 힘을 쏟는 것이 맞다. 지금까지 지방선거가 지역사회의 이슈와 비전을 중심으로 흐르지 못하고 중앙정당의 대리전 역할을 한 것은 모두가 정당공천제의 폐해 때문이다.
 구 자치제의 문제점을 보완해야지 여론 수렴 과정이나 국민적 합의도 없이 이를 폐지해 지난 20년 동안 일궈놓은 지방자치를 반(半)관치시대로 회귀시키려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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