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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7시 31분 22초, 드디어 간절곶의 밝은 해가 2015년 을미년의 새해를 열었다. 을미년은 양띠해로 열두 가지 지지(地支)중 여덟 번째이다. 양(羊)은 미는 과 통용된다. 흔히 양띠라고하지만 한자는 미(未)로 염소띠가 친근하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염소와 양에 대한 문화가 혼합되어 나타난다. 양(羊)이라는 한자는 '좋다' '복' '밝다' 등의 의미가 있어 '상서롭다'는 상(祥)과도 통용된다. 양하면 염소와 달리 고지대에 사는 야생 산양보다는 농장에서 사육하는 털 깎는 면양(綿羊)을 쉽게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 농촌에는 수염 난 염소가 더 가깝게 사육되고 있다.

 양과 염소는 길들여져 초식동물로 사람에게는 온순하지만 생태적으로 성질이 활달하며 민첩하다. 염소는 암수가 뿔의 크기는 다르지만 있는 것은 방어용이다. 이들은 가파른 경사지, 돌밭, 바위산 등이 최적의 생태환경지이다. 이러한 습성은 특히 새끼 때부터 나타난다. 장독대, 담장, 심지어 지붕위에 까지 올라간다. 이러한 행동은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포식자가 쉽게 접근하지 못할 환경을 찾는 타고난 습성에서 비롯했다. 이러한 자연생태적 행동을 양띠해에 태어난 사람에게 적용해 방정맞다거나 경망스럽다거나 하는 인문학적으로 부정적인 성격으로 파악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양과 염소는 털과 고기 그리고 젖을 제공하니 오히려 가까이할수록 이로운 사람이지 않을까.

 속담에 '염소 물똥 사는 것 봤나' '염소가 지붕에 오르면 집안에 변고가 생긴다' '염소가 담을 넘으면 오던 친구도 안 온다' 등의 표현은 양과 염소에 대한 생태학적 관찰이 없거나 부족한 탓이다. 염소의 배설물은 검은 콩 같이 동글동글하다. 이러한 형태의 배설물은 영양분 섭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진화의 결과이다.  또한 지붕에 오르고 담을 넘는 것은 양과 염소의 생태적 습성이 높고 가파른 곳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독초를 먹었거나 수분이 많은 먹이를 장기간 먹었을 때 염소가 물똥을 쌀 경우도 간혹 있다. '잘 뛰는 염소가 나무에 뿔이 걸린다'라는 속담은 사람도 살아가면서 항상 새겨야할 명언으로 생각된다. 어쩌다 나무 틈사이에 뿔이 걸려서 꼼짝 못 하고 죽어 백골형태의 사진을 접하면 섬뜩한 느낌이 든다.

 또한 '겉은 범이고, 속은 양이다' 혹은 '속은 양이고 겉은 범이다' 등의 표현은 겉과 속이 다른 이중적 성격을 잘 표현한 말이다. 겉과 속이 다른 장사를 할 때 흔히 비유적으로 '양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라는 말도 있다. 이를 한자로 양두구육(羊頭狗肉), 괘양두매구육(掛羊頭賣狗肉), 헌양매구(懸羊賣狗) 등으로 쓴다. 한자의 선택은 다르나 속뜻은 같은 의미로 다르지 않다. 양과 염소새끼는 젖을 먹을 때 무릎을 꿇고 먹어 은혜를 아는 동물로 여긴다. 그러나 어미는 사방에서 달려들 포식자를 살피면서 새끼에게 젖을 주어야하기 때문이다. 새끼는 무릎을 꿇지 않으면 젖을 먹기가 불편하며, 짧은 수유시간과 자주먹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는 을미년(1895년)에 일본의 자객들이 경복궁을 침입하여 명성황후를 죽인사건인 을미사변, 기미년(1919년) 3월 1일에 전국적으로 대한독립만세 운동이 일어났다. 
 종교적으로 기독교나 천주교에서 양 혹은 양떼는 길을 잃어 두렵고 방황하는 신자로 상징되며 목자로 비유되는 예수님이 보살펴야할 필요한 대상으로 누가복음서에서 비유적으로 말씀하고 있다. 목자와 양떼는 기독교 성화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양은 제물로 쓰인 결과 희생양(犧牲羊) 혹은 속죄양(贖罪羊)으로 불렀다. 왕릉의 석양(石羊)도 뿔이 있어 벽사의 동물로 여겼다. 양의 창자가 꼬불꼬불하고 길어 이와 닮은 꼬불꼬불한 산길을 아홉 번 꼬부라진 의미의 구절양장(九折羊腸)으로 표현한다. 이는 초식동물인 양의 실제적 창자의 모양에서 비유되었다. 초식동물의 창자길이가 긴 것은 영양분의 효율적 섭취를 위한 것이며 꼬불꼬불한 것은 한정된 공간을 활용하기위한 생존전략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솝우화 '양치기 소년'에서 "늑대가 나타났다!"는 말도 거짓말의 교훈적 중심보다 생태적으로 접근하면 양과 늑대가 피식 자와 포식자의 먹이 사슬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당사주(唐四柱)에 양띠는 '역마살이 있어 집에 있으면 근심이 있으나 오히려 천하를 두루 다니며 장사하면 재물이 넉넉하다'고 했다. 그러나 '재물을 비록 모으나 뜬구름같이 흩어지기도 한다'했으니 재물단속을 잘해야 될 일이다. 을미년은 돼지, 토끼, 양띠가 날 삼재 해이기도하다. 소띠와는 서로 어울리지 않고 맞서게 만들고, 설혹 만나게 되면 서로를 해치거나 깨지게 만든다는 독하고 모진 기운인 상충살(相沖煞)이 있다. 또한 쥐띠와는 이유 없이 서로 꺼리는 기운인 원진살(元嗔煞)이 각각 있다고 한다. 당사주는 참고하며 재미로 볼 일이다.

 뭐니 뭐니 해도 1955년생이 환갑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깔끔한 교복을 입은 단발머리 여고생의 동생 모습이 어제 같은데 벌써 환갑이 된다. 감회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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