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융성. 현 정부의 핵심 키워드이다. 이에 걸맞게 문화정책 분야의 대통령 공약에 따른 국정과제가 하나씩 실천되고 있거나 윤곽을 그려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법과 제도의 마련이다. 법률의 실효성 문제는 우선 차치하고 재작년 12월 제정된 문화기본법, 지난해 1월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이 이미 발효되었다는 점이다.

 문화 관련 법률 중 상위법인 문화기본법은 천부인권으로서의 국민의 문화권(법 4조)을 보장했다. 지역문화진흥법은 유산, 예술, 산업, 생활예술 등과 관련된 활동을 문화 영역에 포괄적으로 수용해 지역 간의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고유의 문화발전을 통해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과 문화국가의 실현을 조문화했다. 문화기본법 제9조 10항 역시 지역문화 활성화를 규정했다. 이 두 법률이 가진 공통의 정신은 지역문화의 중요성과 일반 시민의 생활문화진흥에 바탕한다.

 이런 관찰은 문화정책의 세계적인 흐름과 국내 정책의 변화, 문화트렌드와 멀지 않다. 하나는 시민 생활예술의 기반형성을 통한 예술생태계 순환구조 만들기, 다른 하나는 문화다양성에 바탕을 둔 지역문화 활성화를 관통한다. 문화정책의 지향점이 지역과 시민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관련 정부 예산 규모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시민 문화복지 예산과 문예교육 관련 예산이 가장 규모가 크고 전통적인 예술진흥 관련 예산은 꾸준히 증가하긴 하지만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 지원제도 전체의 25%를 넘기 어려울 것이다. 문화원과 문화의 집 등 생활문화시설 등을 포함하면 그 비중은 더욱 작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정책 집행의 층위에서 지금까지 제도 밖에서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설립 운영하여 왔던 지역문화재단 등에 대한 법률적 설립의 당위성을 확보했다.

 지역문화진흥법은 제5장에서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지역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예술위원회의 설립 등) 19조를 살펴보면 ①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지역문화진흥에 관한 중요 시책을 심의·지원하고 지역문화진흥 사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지역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예술위원회를 설립·운영할 수 있다. ②지역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예술위원회는 법인으로 하되, 이 법에서 규정한 것을 제외하고는 '민법'중 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③그 밖에 지역문화재단 및 지역문화예술위원회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다라고 규정해 설립 근거와 법인격의 형태를 재단법인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제기될 지역문화진흥기금의 관리 운영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 지역문화재단, 지역문화예술위원회 중 어느 형태의 기관을 설립하든지 민법상 재단법인을 전제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지역문화진흥법에 관련 규정을 명문화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이는 법이 말하는 재단법인의 역할과 기능이 전통적 관점의 예술지원에 한정하지 않고 지역 전체의 시민생활문화와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 지역공동체와 문화적 도시재생, 정책수립과 연구 등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민간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이 정책 집행의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현장에서 보면 실제로 정부의 정책파트너로서 현재 설립 운영 중인 지역문화재단이 매우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고, 영역과 필요성은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다. 실질적 성과로 판단해도 지역문화재단이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의 같은 사업에 대한 평가도 크게 차이 난다.

 일각에서는 지역문화재단이나 지역문화예술위원회가 설립되면 옥상옥의 권력화를 우려한다. 한 마디로 기우다. 재단이나 위원회는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75%내외의 시민문화예술향유, 25%내외의 예술계지원을 하는 기능을 가지기에 관련 시스템에 따라 업무는 진행된다. 민간 전문성과 자율성을 전제로 한다면, 즉 지자체가 직접 집행업무를 맡지 않는다면 어떤 형태로든 민간에 이양한다는 것이다. 결국 권력기구화 될 가능성을 들어 문화재단법인 설립의 당위성을 우려하는 명분이 없다.

 다만 그 민간주체가 어떤 것이든 간에 권력화에 대한 동일한 가능성이 있을 뿐이다. 정부 문화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해 온 필자 입장에서는 법에 근거한 재단법인 형태의 지역문화진흥기관의 설립은 중차대한 문제다. 재단 혹은 위원회의 형태의 구분은 현행 지역문화진흥법상으로는 명칭의 차이일 뿐이다. 운영방식과 역할과 기능, 시스템과 경영 효율화의 문제는 기관의 몫이다.

 울산의 경우도 정부의 사업평가결과는 결코 좋지 않다. 재단법인이 설립되지 않은 경북, 전북 등 두 지역 역시 광역문화재단이 설립된 다른 13개 지역에 비해 울산과 같은 처지에 있는 것으로 안다. 세수에 있어 좋은 환경, 유구한 문화유산, 안정된 생활수준, 가장 앞선 근로조건, 모범적인 생태환경, 농·수·상·공 결합형 경제구조 등 울산의 강점이 문화적 결합을 통해 시민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가득한 창의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울산문화재단 설립에 대한 미래를 예측하는 시민사회의 동의, 지방자치단체장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