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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될 줄 알았지요. 안 될거라곤 생각도 안했어요"
 동구가 야심차게 추진하던 보훈회관 건립이 무산되자 관계자들이 한 말이다. 일반회계가 아닌 특별기금으로 총 사업비 50억 원 규모의 보훈회관 건립의 토지매입비(15억 원)을 편성하면서 기금활용 취지를 자체적으로 확대해석 해버려 사업무산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2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보훈회관을 건립할 토지매입비로 책정된 발전소 주변지원 특별기금에 대해 불승인 조치를 내려 현재 보훈회관 건립은 물거품된 상황이다.
 실무진들은 구청 예산이 열악한 가운데 보훈회관 건립을 위한 예산을 백방으로 찾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특별회계를 활용한 건립방안을 마련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금 활용에 대한 취지를 명확히 파악하지도 못한 채 "되겠지, 설마 안되겠어"라는 안이한 생각이 밑바탕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 결국 떡줄 놈은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미리 김칫국부터 마신 꼴이 되버렸다.

 실무진들은 주변지역의 개발과 주민의 복리를 증진하기 위해 기금을 쓸 수 있다는 기금의 성격에 맞다고 판단했지만, 제대로 된 확인조차 안하고 마냥 떡이 내려올 것만 기다리는 수동적인 자세를 취했을 뿐이다. 이들은 관련 협의를 하면서 딱 1차례 만남과 몇 차례 전화협의만 했다고 한다. 특히 기금 활용이 불가능해 질 때를 대비한 어떤 대응책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가, 수가 틀리기 시작하자마자 단 이틀만에 부랴부랴 기금의 취지에 부합되게 '구민복지회관' 건립이라는 끼워맞추기 계획을 수립해 사업변경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구민복지회관이라는 허울에 맞춰 우회적으로 그 중심에 보훈회관이 있도록 할 속셈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속된 말로 구민복지회관에서 '셋방살이'하게 될 보훈회관을 회관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동구의 관점이라면 이는 오판이다. '보훈회관 입점'에만 눈이 멀어 있는데 기금 취지에만 맞추다가 정작 이를 활용하는 구민들의 복지향상에 도움이 될 것인 지를 검토하는 게 우선이다.

 보훈회관에만 촛점을 두고 급하게 사업안을 변경하다보면 자연스레 갖가지 문제가 튀어 나오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행정의 안일함으로 인해 시작된 이 같은 사업 무산이 또 다른 졸속 행정으로 이어지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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