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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라고 할 때 '살림' 또는 '살림살이'는 사람이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상태나 형편 혹은 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일을 지칭하는 말이다. '살림이 늘었다' 혹은 '살림이 줄었다'라는 말에서 부자와 빈자의 형편도 짐작할 수 있다.
 살림은 늘수록 여유가 있으나 줄어들수록 위축해진다. 며느리가 들어온 후로 살림이 늘면 '부엉이 며느리'라고 덕담을 하지만 가세가 기울면 신혼의 달콤함도 없이 가시방석 생활에 스트레스이다.
 풍족한 살림살이는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다. 옛날 생활에는 창고에 '지킴이'가 보이면 시어머니의 얼굴이 훤해지지만 담넘어 옆집으로 능구렁이라도 넘어가면 잔소리는 심하다. 지금은 주머니가 넉넉해야한다. 그만큼 살림살이가 중요한 것이다.
 

 살림이라는 말은 제주도 굿에서도 나타난다. 바로 '석(席)살림'이다. 석살림은 굿을 하는 도중 간헐적으로 제주와 무당이 함께 춤추며 굿장의 분위기를 돋우는 것을 말한다. 살림은 결국 죽임의 반대로 살리다, 일으키다 등의 의미로 사용된다. 굿에서 석살림은 원만한 굿의 진행을 위한 맞춤형 연출인 것이다.
 한편 살림과 비슷한 산림(山林)이라는 말이 있다. 주로 사찰에서 일정한 기간을 정해서 행해지는 행사를 말한다. '법화산림', '수계 산림', '보살계산림', '화엄산림'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산림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어떠한 것의 활성화 혹은 중심적인 행사'의 뜻으로 풀이된다.
 살림살이, 석살림, 산림은 모두 집중적이며 일으킨다는 공통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살림의 민간어원 설은 불교의 산림에서 그 바탕을 찾을 수 있다.
 

 장어는 몸길이가 긴 고기를 일컫는 말이다. 장어(長魚) 혹은 일장어(一長魚)라 부른다.
 장어는 붕장어, 뱀장어, 꼼장어, 먹장어 등 이름이 다양하다. 붕장어, 뱀장어는 같은 종의 다른 이름이며, 꼼장어, 먹장어 역시 다른 이름이지만 같은 종이다. 모두 길이에 방점이 있다. 장어는 보양식으로 다양한 일화로 세간에 회자된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는 장어를 해만려(海鰻려)라 하고, 석굴(石窟)에서 산다고 했다.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민물장어를 '구무장어' 혹은 '구무장'이라고 들었다. '구무장어를 잡으려면 못의 물을 빼라'는 속담도 있다. 왜 장어를 구무장어라고 하는지 궁금했다. 아마도 구멍에 있는 장어를 말하는듯하다. 이러한 말은 '구무장어를 잡으려면 못에 물을 빼면 스스로 기어 나온다는 어른들의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어는 한자로 혈자(穴子)라 부른다. 꾀꼬리를 금의공자(金衣公子), 뻐꾸기를 곽공(郭公), 후투티를 대승자(戴勝子)라 부르는 형식이다. 혈자는 '구멍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구멍은 경상도에서 '구무'로 통하며 혈(穴)을 뜻하는 '구멍'의 사투리다. 구멍에 사는 길이가 긴 고기라는 의미이다.
 야행성인 장어는 굴(窟)에 자리 잡고 산다. 구멍에서 머리만 들어낸체 먹잇감을 기다리다가 지나가는 먹이감을 쨉사게 낚아채 구멍으로 들어가 먹는다. 장어는 날카로운 이빨이있어 한번 잡은 먹이는 꼼짝못한다. 혈자(穴子)를 일본어로는 아나고(あなご)이다. 혈(穴)인 아나(あな)와 자(子)인 고(ご)를 합친 것이다. 간혹 횟집 간판에 '아나구'로 쓰여진 것은 잘못 쓴 것이다. 아나구와 아나고의 발음에는 묘한 성적(性的) 뉘앙스를 풍긴다. 아나고 회를 먹고 난 뒤 농담잘하는  누군가는 반드시 '아나고'를 성(性)을 연관시켜 '안하고'로 희화(戱化) 혹은 골계화(滑稽化)시켜 엔돌핀을 풍부하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풍부한 해학성을 옅볼 수 있다. 짤순이를 통과한 뽀송뽀송한 장어회나 자르르한 기름이 동동 뜨는 장어탕을 국민의 건강을 위해 자주 먹어야 한다. 요즘 분위기로 가족을 위해 한평생 열심히 살아온 우리나라의 모든 가장 덕수씨를 위해 대접하고 싶다.
 

 '쟁이'는 장인(匠人)을 말한다. 장인은 전문가이다. 전문가는 한자로 '척(尺)'이라 쓴다. 권덕규(權悳奎 1891-1949)는 <조선유기락(朝鮮留記略)〉에서 장인을 '자곳장'이라 하며 한자로 번역하면 척(尺)이라 하였다. 척은 신라 때부터 사용한 말이다.<삼국사기〉<악학궤범〉등 사적에는 무척(舞尺), 가척(歌尺) 등으로 전문 무용인과 소리인을 지칭하고 있다. 한 때 유행한 '척 보면 압니다'에서 척은 전문가의 소양을 지닌 것으로 한눈에 얼른 바로 알아보는 모양을 나타내는 우리 말이다.
 주위에는 '전문가인 척', '아는 척' 등의 표현이 썩 잘 어울리는 행동을 하는 이들이 간혹 보인다. 인생살이에 척은 열심히 노력한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명예로운 지칭이다.
 분야에 척이 된다는 것은 잘 때 자고, 놀 때 놀면 누군들 못할까. 척을 존경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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