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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어김없이 플라타너스가 떠오른다. 교정 한 켠에 있던 플라타너스의 너른 품은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멋진 놀이터가 됐다. 어른이 돼 아스팔트처럼 거친 도시의 삶 속에서도 작은 꽃밭에서, 햇살 사이로 반짝 거리는 가로수 잎사귀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인간에게는 초록(草綠) 자연에 대한 태생적 그리움이 있다고 한다. 세계적 생물학자인 하버드대 에드워드 윌슨 교수는 사람의 DNA엔 숲과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각인돼 있다는 '생명선호증(biophilia)'을 주장했다. 인류의 조상은 숲에 살면서 숲, 나무, 녹색에서 안정과 친밀감을 느끼는 본능을 키워왔다는 것이다.
 얼마 전 출장차 다녀온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Vienna)은 특별한 이미지를 줬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한 해 8,000개가 넘는 기업이 새로 만들어지는 곳, 유럽 3대 IT 도시…. 그러나 첨단도시라는 이면에는 전 세계에서 녹지가 가장 많은 도시라는 자랑거리가 있었다. 빈은 녹지대가 전체 도시면적의 51%에 달한다. 실제로 도시 어디서나 정원, 공원, 숲, 농지 등 울창한 녹지대를 볼 수 있었다. 교통카드도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로 만들 정도니 정부가 도시의 친환경화에 어느 정도로 힘쓰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녹지에 대한 관심이 많다. 도심지 녹지공간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옥상녹화도 인기를 얻고 있다. 산성비와 자외선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할 뿐 아니라 도시민들에게 숲속에서 즐기고 위안과 치유를 받을 수 있는 부가적 공익가치까지 생각한다면 옥상녹화는 참신한 발상이라 하겠다.
 이렇듯 녹색은 자연과 생명, 평온함을 상징한다. 급속한 개발과 숨 가쁜 일상에 쫓긴 도시민들은 이제 숲을 찾고 있다. 이에 울산 남구가 '울창한 도시숲, 푸르름 가득한 도시 만들기'에 나서고자 한다.
 남구는 앞으로 도심 곳곳에 나무나 숲을 활용한 휴식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당장 특화공원 조성사업을 통해 삼산동 벚꽃공원을 '벚꽃군락지'로, 제5토지공원을 '치유의 편백숲'으로 만들어 보고자 한다. 벚꽃군락지에는 기존 벚나무에다 겹벚꽃과 수양벚꽃 등을 더 심어 벚꽃거리로 유명한 남부소방서∼남구문화원 구간과 어우러지도록 할 것이다. 치유의 편백숲은 편백나무, 측백나무, 화백나무 등을 심어 시민들이 삼림욕을 즐기며 휴식할 수 있다.
 여천천변 꽃대나리로 1.3㎞, 문수국제양궁장 진입로 0.3㎞, 무거·굴화변 가로수길 0.1㎞는 메타세콰이아 길로 변신한다. 독특한 원뿔형 수형과 특유의 향기로 사랑받는 메타세콰이어는 도심의 청량제 역할을 할 것이다. 전남 담양과 전북 진안의 메타세콰이어 길은 이미 힐링의 명소로 유명하다. 또 남구지역 학교 한 곳을 선정해 야외숲, 수목원, 화단숲 등을 만들어 청소년들에게 자연체험 및 학습공간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산림의 중요성과 나무심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알려나갈 것이며 심은 나무들이 병해충, 산불 등의 피해를 입지 않고 아름드리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돌보는 일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집밖으로 한 발짝만 나가도 쾌적하고 안전한 숲과 푸른 공원이 있다면…. 눈길 닿는 곳마다 나무터널의 운치를 즐길 수 있다면…. 봄에는 봄꽃, 여름에는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 흰 눈이 쌓인 가로수들은 우리의 심신을 달래 줄 것이다.
 앞으로 10년, 20년 뒤 우리가 어떤 도시에 사느냐는 지금 얼마나 도시숲 조성에 준비하고 실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회색도시냐, 나무와 꽃이 어우러진 쾌적한 녹색도시냐,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가로수와 숲은 도시를 재창조하고 거리의 품격과 전통을 녹여낼 것이다.
 시민·단체·기업이 동참해 함께 숲을 가꾸고 함께 숲을 누렸으면 한다. '숲을 품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남구의 노력이 모두의 관심과 동참으로 이어져 남구는 물론 울산이 온통 푸르름을 간직한 도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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