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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활에서 관계가 밀접해 서로 떨어지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간혹 사용하게 된다. '녹수 갈제 원앙가고' '이도령 곁에 춘향 있고' '구름따라 용 가고' '꺽꺽 푸드득 장끼 갈 제 아로롱 까투리 따라간다' 등의 표현에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서로 관계되는 연줄을 사람은 인연이라 말하고 자연에서는 생태환경이라 말한다.

 개개비라는 여름철새가 있다. 개개비와 갈대는 인연을 끊지 못한다. 개개비의 주 서식지가 물가 풀숲과 갈대숲이기 때문이다. 사족을 달자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라는 표현은 조류의 서식환경적 접근에서는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두견새는 결코 갈대밭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올바른 표현은 '풍성하고 안정된 갈대밭에 기분 좋아 목청높여 노래하는 개개비'가 적합한 표현이다.

 곤충을 잡아먹는 참새 크기의 소형조류로 울음소리가 '개개개 삐삐삐'해 붙여진 이름이다. 개개비는 갈대숲에서 울기 때문에 쉽게 관찰되지 않는다. 개개비의 조사는 목시(目視)보다 울음소리를 듣는 청음(聽音)으로 주로한다. 번식기에는 수컷끼리 경쟁적으로 번갈아 울어 듣는이가 짜증을 느낄 정도다. 그러나 번식기가 지나면 결코 울지 않는다. 울음소리가 둥지를 노출시켜 새끼를 포식자에게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리는 가늘며 몸은 암수가 갈대와 비슷한 갈색을 띤다. 암수의 크기와 몸의 색이 같아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구별이 어렵다. 울음소리는 관찰자 입장에서 종의 식별 기준이 되지만 새의 입장에서보면 서로간의 의사전달 수단이다. 개개비는 참새목 휘파람새과에 속하며 세계적으로 264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개개비사촌, 큰개개비, 쇠개개비 등 23종이 관찰된다. 갈대와 갈대를 이어 항아리형의 둥지를 만든다.

 갈대는 축축한 땅이나 물가에서 볼 수 있다. 키가 3m가량 돼 2m쯤인 억새보다 큰 편이다. 갈대는 큰 키에도 불구하고 여간해서 바람에 꺽이지 않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의 순정'이라는 노랫말 같이 갈대는 유연성이 있어 바람에 흔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진화한 것이다. 갈대밭은 한 때 청춘남녀의 밀어 장소로 많이 이용됐다. 대표적인 장소가 낙동강 을숙도 갈대밭이다. 바람도 막아주고 갈대가 빽빽해 스크린 역할도 하기 때문에 연인의 안성맞춤 공간이다.

 태화강에도 갈대가 있다. 봄의 새순도 싱싱하지만 가을에 피어 바람에 흩날리는 노화(蘆花)도 볼만하다. 갈대는 갈대방석을 짜는 재료로 한 시대 많이 활용됐다. 갈대는 곧바로 키가 크게 생장해야 활용가치가 있으나 생장 과정에서 꺾이면 이용가치는 떨어진다. 갈대의 새순 만큼 묵은 갈대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그대로 두어야 한다. 마치 조손(祖孫)교육에 할아버지가 필요하듯 갈대의 새순이 곧게 자라는데 반드시 묵은 갈대가 버팀목이 돼 준다. 묵은 갈대 사이로 올라온 새순은 강한 바람에도 결코 꺾이지 않고 생육에 장애없이 생육을 마칠 수 있다. 그러나 묵은 갈대없이 자란 새순은 약한 바람에도 꺾여 성공적 생장을 마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생장 속도가 빠른 식물일수록 새순은 연약하다. 개개비의 행동태는 정상적으로 튼튼하게 자란 갈대에 둥지를 짓는다. 또한 갈대 꼭대기에서 포식자의 접근을 경계하기도 한다. 서식지가 안정적이지 못하면 새는 언제든 떠난다. 자연은 최소한의 간섭은 허용하지만 더 이상은 원하지 않는다.

 울산 태화강이 생태관광지로 지정받아 2년째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15년 현재 전국 17개 도시가 지정받았으며, 다른 도시도 받기를 원하고 있다. 정주민은 건강한 자연과 함께하는 쾌적한 환경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문화의 다양성 만큼 동물 종의 다양성은 종의 균형에서 중요하다. 태화강 철새공원서 너구리·고라니 서식이 확인됐다. 황어·연어가 철따라 태화강을 올라온 것을 계기로 태화강 연어생태관 공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매년 찾아오는 태화강 철새를 탐조 관광 자원화하자는 시민 제언도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 태화강에 원앙·고니가 자취를 감췄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그 원인은 다름아닌 생태환경의 무차별적 파괴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매년 원앙이 관찰되던 곳은 자전거길 신설로 벚나무·둔치 버드나무, 잡풀 등이 말끔히 제거됐으며, 고니가 출몰하는 태화강 하구는 윈드서핑 연습장과 겹치고 있다. 한 가정에 한 사람이 들어오거나 나감에 따라 그 가정의 분위기는 변화한다. 큰 숲에 나무 한 그루가 심겨지거나 잘려나가도 그 영향은 숲 전체에 미친다. 이제 원앙·고니·개개비가 찾아오는 계절이 돼도 서식환경이 다시 복원될 때까지 그들을 관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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