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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부 박모(35)씨는 어느날 딸아이와 함께 목욕을 하다 깜짝 놀랐다. 8살에 불과한 딸이 제법 가슴이 봉긋해서였다. 하지만 또래에 비해 다소 성장이 빠르단 생각만 했을 뿐 크게 게의치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여성성이 강조되자 박씨는 검색을 통해 성조숙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딸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박씨의 딸은 성조숙증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 초등학교 2학년이 이모(9)양은 또래보다 키가 10㎝ 이상 큰 것은 물론 최근에는 가슴마저 도드라지면서 나서는 것을 꺼려하게 됐다. 이양의 엄마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딸과 함께 병원을 찾았는데 역시 성조숙증 진단을 받기도 했다.


女 만 8세·男 만 9세 이전 2차성징 발현
가족력·소아비만·환경 등 다양한 원인
증상의심 땐 예단말고 전문의 상담 필요
4주에 한번씩 성호르몬 분비 억제 치료

 

안성연 교수는 "성조숙증을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뼈가 빨리 성숙해 더 이상 키가 크지 않거나 심리사회적 문제나 행동이 동반될 수 있다"며 부모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조숙증의 경우 아이들은 자신의 발달 상태를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부모의 관심이 중요하며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믿고 부모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의심이 들면 전문의와 상담을 받는 것이 빠른 치료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최근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한 소아비만 증가, 환경호르몬 증가 등 다양한 원인으로 급증하고 있는 성조숙증에 대해 울산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안성연 임상부교수에게 들어본다.
 
# 성호르몬 분비돼 성장판 일찍 닫혀
성조숙증이란 너무 이른 시기에 성호르몬이 분비돼 사춘기가 시작되는 현상을 말한다. 여아는 만 8세 이전에 사춘기 신체변화인 2차 성징이 시작되는 경우를 말하고,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시작되는 경우를 지칭한다. 2차 성징은 여아에서는 유방에 멍울이 만져지면서 커지고, 남아에서는 고환이 커지면서 음경이 발달하게 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성조숙증은 여아에서 훨씬 흔하게 나타나며, 보통 사춘기가 1~2년 빨리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조발 사춘기(precocious puberty)'라는 용어와 같이 쓰이기도 한다.

 성조숙증은 여자아이에게서 보다 흔히 나타난다. 성조숙증의 경우 대부분이 특별한 이유없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나, 소수의 경우 뇌의 이상이나 난소나 부신의 이상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남아는 성조숙증이 흔하지는 않지만, 중추신경계에 이상이 있어 조숙증이 의심될 확률이 높아 뇌에 대한 정밀조사가 초기부터 필요하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부모가 일찍 사춘기를 겪은 등의 가족력과 저체중아로 출생한 산과력 등을 들 수 있다. 또 환경적 요인으로는 잘못된 식습관에 따른 소아비만, 환경호르몬 접촉으로 인한 내분비계 이상, 야행성 활동으로 인한 멜라토닌 감소, 가정불화나 가정해체 등의 스트레스, TV 및 인터넷 등의 성적 자극 환경 노출 등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안 교수는 "성조숙증의 발생과 연관이 된 환경적 인자들로 비만, 환경호르몬, 식물성 에스트로겐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한 가지 원인보다는 여러 요인들이 관련된 것으로 보여지며 아직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야 명확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 성장 방해 더불어 심리적 위축도 야기
안 교수는 "성조숙증이 있게 되면 크게 두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향후 심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키 성장에 장애를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먼저 또래 친구들에 비해 2차 성징이 빠르게 성숙하다보니 놀림 받기 쉬울 뿐 아니라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생리를 일찍 시작하게 돼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다른 아이들과 '다름'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쉬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일찍 분비되는 성호르몬은 성장하는 뼈에 작용·성숙시킴으로 성장판을 일찍 닫히게 만든다. 이를 통해 결국 성조숙증 초기에는 키성장이 촉진되나 상대적으로 일찍 키성장이 종료되게 되어 최종적으로는 작은 키에 머무를 수 있다.
 
# 성조숙증 진단·치료
성조숙증이 의심되면 먼저 사춘기 시작이나 진행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뼈나이 검사, 즉 성장판 x-ray 검사와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자극검사를 시행한다. 이 검사는 2시간 정도 소요되는 혈액검사다. 뇌의 종양이나 선천성 기형, 부신이나 성선의 종양 등이 원인으로 작용해 성조숙증이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에 의심이 되는 경우에는 뇌 MRI 검사나 복부나 골반 초음파 검사를 함께 시행해야 한다.

 만약 뇌의 이상이나 복강이나 골반내 장기의 이상이 발견되면 이에 대한 치료가 우선이지만, 특별한 원인이 없는 성조숙증의 치료는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 작용제로 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이 치료제는 4주에 한 번씩 피하주사로 투여하며, 뇌로부터 성선자극호르몬의 분비를 막아 성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지속적으로 투여하게 되면 성호르몬의 작용이 줄어 들어 사춘기 징후의 발달이 늦춰지게 되고, 골성숙의 속도도 지연되게 된다.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작용 치료제는 성조숙증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돼 지난 1981년부터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안 교수는 "대부분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진 않지만, 전문가가 치료 여부를 판단하고 적절한 기간 동안 치료하도록 하면서 치료기간 중 지속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주사는 한번 투여하게 되면 4주 동안 효과를 나타낸다. 치료를 중단하면 수개월 이내에 생식선의 기능이 활성화돼 다시 사춘기가 나타나게 된다. 초경은 치료가 시작된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초기에 진단되어 치료한 경우 치료 종료 후 보통 1년 이후로 시작한다.

 성조숙증 치료는 일반적인 아이들이 초경을 시작하는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초경을 하는 것을 목표로 치료 종료 시점을 결정한다. 사춘기가 진행된 정도와 치료 상태를 판단하여 결정하게 되며, 보통 여아의 경우 뼈나이가 12세가 되면 치료 종료를 고려하게 된다.

 안 교수는 "치료 자체가 비만을 유발하거나 배란기능 이상, 골다공증 위험을 증가시키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성조숙증을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뼈가 빨리 성숙해 더 이상 키가 크지 않거나 심리사회적 문제·행동이 동반될 수 있다. 특히 부모의 관심도 중요하다. 아이들은 자신의 발달 상태를 스스로 점검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성조숙증이 의심 된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리=이동욱기자 usl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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