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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취합되는 울산지역 모니터링 대상자는 사실상 '허수'에 가깝다. 실상을 아는 기자들은 매일 사기당하는 기분을 감추고 기사를 쓴다.
 정부가 그 이상의 팩트를 파악할 수 있는 창구를 모두 닫아 놓았기 때문이다.

 그래놓고 '잠복기'가 끝날 때쯤 되면 명단을 하나씩 내려 보낸다. 결국 "괜찮다". "현재 증상이 없다"로 끝나는 이유다.  자진 신고 전까지 누락되는 명단도 숱하다. 보건당국이 운영하는 내부시스템에 명단을 올리는 병원들과의 사전 협의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답답하기는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부산 첫 확진자가 지난 2일 탔던 KTX열차에 동승했던 울산시민 명단을 공개해달라 통사정했던 날이 하루이틀이었던가. 결국 시가 자체적으로 벌인 자진신고 실적은 2건에 그쳤고, 정부는 그들의 잠복기가 끝나기 이틀전에야 부산확진자와 관련한 KTX 정보를 공개했다. 메르스의 공포가 시작된 것은 불과 수일 전부터다.

 처음 확진자가 등장한 지난달 20일 메르스는 그저 매스컴상으로만 접하는 호기심의 대상일 뿐이었다. 겉잡을 수 없는 확산세에도 정부는 주구장창 함구했고 루머와 괴담, 혼돈으로 뒤범벅된 사회에는 불신이 바이러스처럼 번졌다. 삼성서울병원을 '성역'(聖域) 다루듯 아끼던 정부는 사태를 악화시켰고, 결국 심판대에 올라 "국가가 뚫렸다"고 외치는 삼성병원으로부터 뒷통수를 맞는 코믹까지 연출했다. 불신 바이러스는 버스에서 기침만해도 시야 앞 인파가 순식간에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을 보게 만들었다. 모두가 '낙타와의 접촉을 피하라', '익지 않은 낙타고기를 섭취하지 말라'는 등 처음부터 어설프기 짝이 없는 매뉴얼로 조롱거리가 됐던 보건복지부의 작품이다. 메르스 충격에 결국 내수가 직격탄을 맞았다. 보건당국은 어마어마한 불신비용을 초래한 것이다. 이제와서 국민들이 동참해야 경기가 회복된다 핏대세우는 모양새가 딱 '적반하장'이다. 국민들은 정보를 독점하려고 하는 정부와 더 이상 흥정할 의지조차 잃었다. 더 이상 작은 일에 호들갑떠는 국민정서가 문제라며 우중(愚衆)의 심약함을 질타할 일이 아니다. 불신 때문에 바닥을 드러낸 우리사회의 정서적 면역력부터 회복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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