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집이사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너무 흔한 세상이다. 세월호 때도 그랬고 이번 메르스 사태 때도 어김없이 '골든타임'이 언론에 회자됐다. 위기 상황을 초기에 꿰뚫어 보는 안목은 쉽지 않다. 결과를 놓고 보면 '그 때 그랬으면' 싶겠지만 언제나 뒷북일 뿐, 실제 상황에서 이를 제대로 작동 시키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시스템이다. 국가의 행복지수는 사회 안전망, 즉 시스템의 작동여부에 달려 있다. 사회안전망은 국가적 조직에 달린 것은 아니다. 조직과 함께 작동하는 사람의 문제다. 준비 안 된 사람, 예측하지 못하는 조직이 맞게 되는 위기는 그래서 더 불안하다. 

 최근 울산과 관련한 몇 가지 이상조짐을 전하는 보도가 나왔다. 그 첫째는 수출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울산의 수출 실적이 이제 두 자릿수 하락폭을 고착화 하고 있다는 통계였다. 심리적 마지노선인 50억 달러 대로 추락한 울산의 수출은 지금 분명 위기 상황이다. 지난달 울산지역 수출 실적은 58억 3,000만 달러였다. 월 평균 70억~90억 달러를 달성해 왔던 울산 수출이 50억 달러대로 곤두박질 쳤다. 문제는 단순한 하락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락폭이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울산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27.6% 떨어졌다. 수출액 감소폭은 전년 동기와 견줘 지난 2월(4.7%)과 3월(-0.7%)을 제외하면 1월 -27.5%, 4월 -30.7%로 두 자릿수 하락에다 -30% 안팎으로 고착화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의 진단으로는 글로벌 경기 회복 둔화와 엔저, 저유가 등과 같은 부정적 수출여건이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상황이라면 울산을 버티게 하는 수출 실적이 당분간  하락의 늪을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두드러진 것은 자동차 수출의 감소다. 자동차 수출의 경우, 엔화·유로화 절하에 따른 EU·미국 등 주요시장에서의 경쟁 격화와 조업일수 감소 등으로 전년동월대비 12.1%나 줄었다.

 내수는 어떤가. 우울한 이야기지만 현대차의 국내 판매도 부진하다. 특히 수입차 시장이 다양화되면서 국내 차 구매층의 급속한 시장이동도 엿보인다. 마침 이같은 소식을 전하는 보도도 나왔다. 국내에서 수입차 점유율 증가세가 뚜렷한 가운데, 국내 최대 자동차 생산공장이 있는 울산에서도 수입차 시장 신장세가 두드러진다는 조사 결과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울산의 수입차 등록 대수는 2012년 1,214대, 2013년 1,655대, 2014년 2,219대로 증가세다. 2012년과 2014년만 비교하면 2년 만에 83%(1,005대)가 증가한 것이다. 올해도 5월 말까지 1,110대가 등록해 작년 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소식도 뒤를 잇고 있다. 단순히 등록 대수만 증가한 것이라, 국내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울산이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인 신호다.

 조선업에서도 부정적인 소식이 계속되고 있다. 영국 국제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지난 5월 말 기준 수주잔량 829만CGT(표준 화물선 환산 톤수), 130척를 기록해 1위를 유지했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2위, 현대중공업이 3위로 내려 앉았다. 수주잔량이 지난달에 비해 18만CGT 감소해 2위인 삼성중공업과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는 암울한 소식도 들린다. 그렇다고 석유화학업계에서도 밝은 소식이 들리는 것은 아니다. 해외 시장의 광폭횡보에 유가 하락의 지속세는 우리 석유화학 업계를 고사직전까지 몰아가고 있다. 이쯤되면 울산의 주력산업인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은 '골든타임'을 놓쳤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정도의 위기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지역사회의 인식이다. 위기가 왔고 그 위기의 돌파구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다. 정부는 창조를 외치고 울산도 울며 겨자 먹기로 창조를 인테리어 하고 있지만 제조업 중심도시, 수출중심도시에 창조경제의 옷을 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울산은 제조업 69.0%, 서비스업 23.9%, 건설업 4.3%의 산업구조를 가진 도시다. 제조업 비중이 지나치게 높지만 이것이 울산의 현실이다.

 제조업의 근간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이다. 이들 주력산업이 흔들리면 지역경제 전체가 휘청일 수밖에 없다. 그 흔들림의 진폭이 갈수록 지축을 흔들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위기에 대한 인식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소비자가 외면하고 수주에서 밀리는 상황인데도 노사문제에 발목이 잡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지금 울산 주력산업의 현주소다. 사사건건 노사분쟁이 되고 돌아서면 협상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울산 주력산업체의 현실이다. 위기라고 하지만 그건 회사의 문제일 뿐, 내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초래한 결과다.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물론 그런 인식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사정이 다르다. 당장은 회사의 위기지만 오래가지 않아 바로 우리 모두에게 그 위기는 어둠처럼 찾아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