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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강병원 신경과 김성률 전문의가 내원객에게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전문의는 "치매의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고 그 다음이 조기 진단이다. 치매 전단계로 불리우는 경도인지장애에서 환자를 발견해 치료를 시작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람의 뇌는 보통 35세 이후로 노화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이 흐를수록 뇌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노년기를 앞 둔 장년층은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자꾸 깜박깜박하게 되는 건망증이 나타나게 되면 "벌써 치매가 오는 건 아닌가"라는 의심을 갖고 걱정하기도 한다.
 치매에 의한 기억력 상실과 건망증은 다르다. 치매증상의 경우 어떠한 사건 그 자체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건망증은 단서를 주면 회상할 수 있고, 건망증은 일상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치매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하다. 건망증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크게 진행되지 않지만, 치매증상의 경우에는 점차 악화된다.
 치매 직전 증상 중 가장 대표적인 증상으로 경도인지장애가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분명히 아는 사람인데 그에 대한 기억이 없거나 물건을 제자리에 두고도 그 자리를 잊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단순한 건망증과 달리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발전할 확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정확하고 빠른 진단이 필요하다.
 지난 2011년 인기리에 방영된 '천일의 약속'이란 드라마는 기억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과정을 그려냈다. 드라마에서는 치매의 전반적인 증상 및 경과와 이로 인해 겪게 되는 가족들이나 주위 사람들의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설명하는 드라마 초반부의 내용은 경도인지장애가 얼마나 치매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지 보여줬다.
 이렇듯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알츠하이머 등 치매로 발전한 가능성이 높은 경도인지장애의 치료와 증상 등에 대해 동강병원 신경과 김성률 전문의에게 들어본다.


치매 전 단계로 일상생활 유지 가능 상태
6년 내 80% 치매로 발전 조기 진단 중요
스트레스 줄이고 두뇌 활용 생활화 필요해



# 치매로 진행할 확률 매우 높아
치매란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유지하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 뇌에 발생한 각종 질환으로 인해 기억력, 언어능력, 시공간 파악능력, 판단력 및 추상적 사고력 등 여러 인지기능을 상실해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든, 재산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우리주위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병이며 이로 인해 환자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많은 고통을 겪게 된다.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데도 '몸이 아프다'는 등의 증상과 불안을 호소하거나 갑자기 우울해 할 경우,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던 냄새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치매를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최근의 일을 종종 잊어버리거나 쉬운 계산도 잘 못할 경우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치매에는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 파킨슨병 치매, 알코올성 치매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나 치매로 발전하기 전에 나타나는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경도인지장애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알츠하이머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정상인들이 노화과정으로 인해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되는 빈도가 1년에 1~2% 정도라고 가정하면 경도인지장애의 경우에는 10~15%나 된다. 또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경우 6년안에 80%가 치매로 진행하기 때문에 치매의 전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신경인지기능검사로 진단 가능
경도인지장애의 기준은 비슷한 연령과 교육배경을 가진 사람에 비해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저하돼 있지만, 아직 치매는 아니어서 일상생활은 유지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경도인지장애를 진단하기위해서는 신경인지기능검사(SNSB, Seoul Neuropsychological Screening Battery)가 필요하다. SNSB는 종합적인 신경심리검사 배터리로서 주의집중능력, 언어 및 그와 관련된 기능들, 시공간 기능, 기억력 및 전두엽·집행기능 등 인지기능 전반을 모두 평가하는 다양한 검사들로 구성돼 있다.
 검사는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이를 통해 우선 객관적인 인지기능의 저하를 확인해야 한다. 경도인지장애의 경우 치료를 빨리하면 약의 효과도 좋으며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기간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 심한 건망증도 의심해봐야
노인뿐 아니라 흔히들 3~40대의 젊은 사람들이 깜빡거리는 건망증에 대해 많이 걱정들을 한다. 건망증과 치매는 다르며 힌트를 줬을 때 기억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서로를 구별하는 중요한 차이점이 된다. 이런 건망증의 경우 스트레스나 과도한 긴장들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김성률 전문의는 "건망증이 심하면 '벌써 치매가 왔나'하고 농담을 한다. 하지만 단순한 건망증이라도 무언가를 자주 기억하지 못할 때는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 봐야 한다"며 "특히 50대 후반 이후 심한 건망증이 생겼다면 치매 전 단계로 접어들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하며, 정기적인 신경인지기능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 정확하고 빠른 진단으로 치료 효과 높여야
김 전문의는 치매의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고 그 다음이 조기 진단이라고 강조했다. 치매 전단계로 불리우는 경도인지장애에서 환자를 발견해 치료를 시작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미 치매가 분명해진 다음에는 너무 늦을 수 있다.
 치매로 드러나는 시점은 주요 부위의 뇌신경세포가 70% 이상 없어진 때이므로 어떠한 치료 방법도 효과를 기대할 수가 없다. 따라서 치매의 가장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료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를 정확하게 일찍 가려낼 수 있는 진단 방법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평소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을 잘 치료해야 한다. 흡연, 음주를 피하고 비만을 경계하며 적절한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 전문의는 "진단도 중요하나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즐겁게 생활해야 한다"며 "또 고혈압, 당뇨와 같은 위험인자를 줄이도록 노력하고, 규칙적인 운동은 물론 두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뇌에 좋은 음식을 섭취할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다.
 정리=이동욱기자 usldu@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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