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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울산지역 일부 언론사 기자들에게 메일이 도착했다. UNIST 총장 후보 명단이 포함된 익명의 제보였다. 과기원 전환을 앞두고 초대 총장 선정 작업을 벌이고 있는 학교 측은 그 동안 후보 명단을 철저한 비밀에 부쳤다. 누가 총장 후보에 공모했는지는 물론, 예상되는 후보의 공모 여부조차 베일에 가려졌다. 후보 명단은 학교 내에서도 단 1명만 알고 있다며 보안 유지에 철저를 기했다.

 그런데 제보 메일에는 총장 후보 12명의 이름이 버젓이 첨부됐다. 학교 측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추할 수 있는 가능성은 해킹 뿐이었다. 내부 전산망을 해킹한 뒤 정보를 몰래 빼내 입맛에 맞도록 가공한 다음 언론사에 흘렸을 가능성이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실제로 학교 측은 올해 초 해킹에 대한 의심을 갖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수사 결과 한 직원은 해킹한 혐의가 드러났으며, 또 다른 직원은 보안 문서의 내용을 공유한 혐의가 드러나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다.
 학교 측은 이들 직원에 대해 징계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UNIST 전산망이 직원에 의해 해킹을 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학교는 현재 각종 첨단 과학 기술이 연구되고 실용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안이 무엇보다 중요한 곳이다.

 지난 1996년 4월 포항공대 전기전자공학과의 경우 KAIST 해킹 방지 동아리 회원들에 의해 전산망이 해킹돼 시스템에 저장해놓은 연구자료, 과제물 등이 모두 삭제되고 학사행정과 연구작업이 마비가 된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은 단순한 장난으로 여기기에는 이들의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 일부를 구속하고 일부를 불구속 입건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번 UNIST 해킹 사건도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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