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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고백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고백은 용기가 뒤따른다. 가슴 두근거리게 했던 첫사랑의 기억들을 가진 독자라면 그때 그 시절의 알싸한 마음의 순간들을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이 용기어린 고백은 잘 표현되지 않는다. 허공으로 메아리쳐 질뿐이다. 왜 그런 것일까?

 요절한 가수 고 김광석은 그의 노래 가사에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였다고 한다. 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닌 것일까? 너무 아픈 사랑은 결국 자신은 내려 놓지 않는 자기애적인 집착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타인을 사랑한다지만 우린 때론 자신에게 더 고집스레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사랑은 하고 싶은데 이 사랑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엔 익숙치 않은 이유가 바로 그 자기애 탓이다. 그래서 사랑이 아프다. 그래서 너무 아픈 사랑은 이루어지지도 않고 헤어져 다른 사랑을 만나는 모순된 사랑의 형식을 계속해 남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이 오히려 더 진정한 사랑이라고 착각해 말한다.

 'what can I show you all my mind'
 울산 공연 제작소 '마당'이 기획한 이 연극의 무대 전면에 네온으로 새겨 놓은 영문이다. 네 가지 사랑 이야기의 단편들을 옴니버스극 구성으로 하나의 무대위에 펼쳐 놓은 연극 '최고의 사랑'은 당돌하다. 20대 신입 사원들의 사무실 내 풍경과 유년기 때의 사랑과 노년의 사랑, 그리고 청춘 남녀의 사랑 방법들을 한 무대위에서 90분 동안 모두 그려 보려했다는 시도가 당차다는 것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오피스 멜로다. 사내에서 흔히 일어 날 수 있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들을 짝사랑의 연민으로 그려낸 것이 정겹고도 안타까운 여운을 남긴다. 청춘 남녀들의 엇갈린 사랑이 예전에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봤을 이뤄지지 않았던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남기게 했다. 두 번째 이야기는 가족 드라마로 구성했다. 유년기때 동화책을 읽어 주던 삼촌이 성에 갇힌 공주를 구해 주던 백마 탄 왕자님이 아닐까 막연히 착각하며 자란 어린 소녀의 이야기가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세 번째는 황혼의 로맨스로 노년에 꽃피어나는 사랑의 모습들이 애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노년에 홀로 된 남녀가 이웃에 세들어 살게 되면서 나누는 애정 표현들이 인간애적인 감동을 자아내게 했다. 폐지를 팔아 생활하는 박만돌(극중 황병윤·김영삼 분)은 우유를 매일 아침 옥분(극중 허은녕)의 집 앞에 두고 간다. 옥신각신하며 노년만이 느낄 수 있는 연분을 나누다가 어느날 옥분은 홀연히 떠나간다. 결국 또다시 홀로 남게 된 박만돌이 지난 그리움을 추억하는 모습이 가슴 뭉클하게 했다. 네 번째는 좌충우돌하는 젊은 로맨틱 청춘들의 이야기다.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사랑과 이별을 담고 있기에 오늘날 청춘들의 사랑의 개념을 되짚어 보게 했다.

 연극 '최고의 사랑'은 모두 이뤄지지않는 안타까운 사랑들만 전개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정말 사랑할땐 가끔 아이가 됐다가 또 어른이 됐다가 뭉게구름 위를 타고 오르듯 내 마음 나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랑이다. 내 마음을 모두 꺼내어 보여 주고 싶지만 그것마져 여의치않은 가슴 앓이가 또한 사랑이다. 하지만 그 어떤 대상을 가슴에 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우린 이미 최고의 사랑을 시작한 것이다. 우리 삶의 전인성이 바로 사랑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막 사이 음악을 오래됐지만 추억 어린 김창환, 김광석의 애잔한 음악들로 선정한 것도 감흥을 일으켰다. 네 가지의 옴니버스 극 구성으로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봤을 사랑의 의미들을 아기자기하고 깨알같은 연출 구성과 1인 다역을 소화하는 빼어난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로 그려 낸 연극 '최고의 사랑'이었다.

 한 도시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는 곳은 문화 공간이다. 울산 중구에 또하나의 소극장이 들어섰다. 중울산 새마을 금고가 지역민들을 위해 복합문화 공간인 J 아트홀을 만든 것이다. 대기업도 아닌 중소 기업인 금융업계가 지역민들로 인해 얻게된 이윤을 지역 사회를 위해 환원하겠다는 것은 참 고무적인 일이며 메세나 운동의 근본 정신이기도 하다. 220석의 객석을 갖추고 부대 시설등이 완벽할 만큼 투자를 아끼지 않은 흔적들이 역력하다. 7월 26일까지 막을 올리는 개관 기념작 '최고의 사랑'을 관람하며 울산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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