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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동에 묻힐라 하겠능교? 일본으로 가겠지예"
 롯데그룹의 진짜 악재는 경영권 골육상쟁보다 '일본기업' 논란이다.
 막장 드라마 같은 진흙탕 싸움인 재벌가의 경영권 분쟁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문제는 국내 재계 5위인 롯데가 한국기업인지 일본기업인지 정체성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정체성 문제는 여론을 악화시켰고 불매운동은 물론 반기업 정서로 이어지고 있다.


 웬만한 울산사람은 롯데그룹의 모태를 울산이라고 여기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울산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1922년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에서 5남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일본에서 자수성가해 한국으로 사업을 확장한 신 회장은 매년 봄이면 고향사람 수백명을 초대해 잔치를 열어 정을 나눴다. 울산 출신 6070세대들은 어린 시절 '어린이날'이면 삼동면 신격호 회장 저택에서 공짜로 과자와 음료수를 먹으며 잔디밭에서 뛰어놀던 향수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최근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공개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대화 영상에서 이들이 모두 일본어를 사용한다는 점은 국민들뿐 아니라 울산시민들에게도 큰 실망을 줬다. 신동빈 회장 역시 어눌한 한국어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광윤사나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들이 모두 일본인이라는 점은 사실상 롯데가 일본 기업임을 나타내는 셈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일본은 되풀이된 역사적 악연으로 부정적인 정서가 큰 나라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근대 일제강점기 등을 거치며 축적된 일본을 향한 부정적 정서는 현재도 위안부, 독도 문제 등이 겹치며 진행형이다.
 롯데가 유통, 식품, 호텔 등 소비재 사업을 주로 하는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 분쟁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되든 롯데의 국내 사업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적 정체성 논란을 끝내기 위해 롯데의 지배구조에 대한 투명한 설명이 필요한 이유다.
 신 회장의 고향인 삼동 주민들조차 씁쓸해 하는 분위기다. 신 회장 저택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삼동주민은 "신 회장의 선산이 이곳에 있어도 나중에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신격호 회장이 삼동의 자랑"이라는 애정의 눈빛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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