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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로 만들어진 커다란 고래가 햇빛 속으로 유영하는 울산역. 그 앞에서 버스를 타고 한참을 달린다. 창밖으로 축산물 도매센터가 보인다. 울산의 명물 봉계 한우와 언양 불고기가 새삼 떠올라 군침을 꿀꺽 삼키게 된다. 잠시 후 안내방송이 나온다. "이번 정류장은 반구대 입구, 반구대 입구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몇 개의 목재 다리를 건너면서 바람에 팔랑이는 대나무와 인사 한 번, 합창단 부럽잖게 목청껏 노래 부르는 시냇물과 인사 두 번, 그렇게 인사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눈앞에 펼쳐진다.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

 가파르게 깎인 절벽의 첫인상은 무뚝뚝하다. 하지만 앞의 망원경을 바짝 당겨 눈을 갖다 대니, 오밀조밀하고도 섬세한 그림의 속살이 드러난다. 눈이 큰 사람도, 기다란 고기잡이배도,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고래도, 거북이도, 호랑이도 모두 돌덩이 속에서 신나게 뛰놀고 있다.

 울산광역시를 가로지르는 태화강의 지류 하천인 대곡천. 이 대곡천 절벽에는 너비 약 8m, 높이 약 5m의 바위 그림인 울산반구대암각화가 있다. 과학자들은 울산 반구대암각화가 약 7,000~3,500년 전인 신석기시대에서부터 제작되어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 천 년이 지나도 침식과 퇴적이 반복된 바위에 또렷하게 남아있는 반구대암각화의 그림들은 우리 한국인들의 몸속에 흐르고 있는 필연적인 기술자DNA를 상기시킨다.

 신석기시대에 우리 울산에 살고 있었던 인류는 돌도끼와 같은 돌연모로 바위를 쪼아, 또는 금속도구로 바위를 새겨 그림을 남겼다. 그 시대에는 바위에 그림을 남기기 위한 변변한 도구도 없었을 터. 그러나 남겨진 그림은 참으로 자세하고, 사실적이다. 세세하고도 생생하게 그려진 물고기의 내장과 고기잡이 그물코, 고래를 사냥하는 모습이 그 증거다.

 이 같은 '손끝의 재능'은 핏줄을 타고 한국인의 고유한 성정으로 이어져 내려오면서 1960년대 섬유(의류)부터 1980년대 자동차, 조선해양, 1990년대 석유화학, 그리고 오늘날 3D프린팅 기술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품격 있는 창조도시 울산은 그 선봉에 서 왔다.

 반구대암각화가 세월의 풍파를 온 몸으로 견디며 꼿꼿이 자리를 지켜올 세월동안, 대한민국의 기술력 역시 경제 규모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해왔다. 그리고 올 10월, 창의력과 개성을 바탕으로 국내 기술 경쟁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킬 '새싹 기능인'들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창조도시 울산에서 10월 5일부터 8일 동안 펼쳐질 '2015년 울산광역시 제50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이제 오는 8월 16일을 기점으로 대회까지 50일이 남았다. 또한 올해 대회는 지난 1965년부터 시작해 매년 열려온 전국기능경기대회가 50돌을 맞아 의미가 깊다. 사람으로 치면 50살은 지천명(知天命),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다. 반구대암각화를 만들어 온 선사시대 조상들이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사이, 땅에서는 그런 조상들의 뜻을 받들어 우리나라 기술력을 이끌어 갈 떡잎이 자라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주관하는 울산광역시기능경기위원회(위원장 김기현 울산광역시장)는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한 각종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50돌을 맞는 대회를 계기로 다시금 반추하게 되는 우리나라의 성장 역사, 그리고 따뜻한 창조도시 울산의 발자취를 전국기능경기대회를 통해 국민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올 10월 울산광역시 제50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가진 시간은 이제 50일 남짓.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시길 바란다고,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를 10월 울산에서 마음껏 펼쳐 보이시라고 당부하고 싶다. 우리나라 기술력을 이끌어 갈 새로운 바퀴인 여러분의 손끝에서, 땀방울에서, 그리고 뜨거운 가슴에서 서서히 높아진 온도의 열정은 전 세계 경제 발전에 불을 붙이는 용광로의 밑천이 될 것임을 확신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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