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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텔레비전을 보면서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한 프로그램에 눈길이 멈추었다. 프로그램 제목은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이다. 축구 미생들의 완생 도전기라고 한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축구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실패하고 그라운드 바깥으로 내쳐진 선수들의 재활의욕을 북돋운다는 것이었다. 절망의 끝자락에 선 청춘들의 도전을 통해 희망을 선사하겠다는 것이 궁극의 목표이다.

 안정환, 이을용, 이운재라는 월드컵이 낳은 걸출한 스타들이 이들의 멘토를 자처하고 나섰다. 뛰어난 축구 실력에 출중한 외모 덕분에 그라운드의 테리우스라는 별칭을 얻었던 안정환은 "후배들에게 또한번의 아픔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다"면서도 "도전의 경험은 헛되지 않을 것이고, 후회는 없을 것이라는 고민 끝에 감독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안정환 감독의 말처럼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축구 미생들은 하나 같이 남모를 슬픔과 아픔을 간직하고 있다. 축구에 청춘을 바쳤지만, 치열한 경쟁에 밀려 축구화를 벗을 수밖에 없었다. 축구를 떠난 세상을 한번도 상상하지 않았던 그들에게 그라운드 밖으로의 퇴출은 인생낙오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재기를 위해 혼자 운동하다가 함께 운동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는 그들. 스스로 걷어찼든, 아니면 누군가에게 걷어차였든, 재기의 사다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 스포츠와 예능을 접목한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는 성공하고, 실제로도 성공하길 빌어보지만, 여전히 암담한 것도 현실이다.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의 괘적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열정에게 기회를'이라는 슬로건으로 출범한 고양원더스는 야신으로 불리우는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면서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기존 프로야구단에서 퇴출된 선수는 물론 해외에 진출했다가 낙오한 선수, 그리고 일본의 독립리그에서 뛰었던 선수까지 고양원더스에 모여들었다.
 녹색 다이아몬드에 다시 입성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흙먼지 이는 운동장을 뛰고 또 뛰었다. 선수들의 투혼과 코치들의 지도 덕분에 몇몇 선수들은 다시 프로구단에 영입되는 행운을 누렸다. 하지만, 선택된 영광은 일부에 불과했다. 열정은 여전히 넘쳤지만, 기회는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다.          

 2011년 12월에 출범한 고양원더스는 2014년 시즌을 끝으로 해체를 선언하고 3년간의 실험을 끝냈다. 고양원더스의 실험은 재기의 사다리를 다시 세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다시금 확인한 것이었다. 미완의 성공이었지만, 재기의 사다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야구와 축구는 물론 스포츠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는 이 같은 재기의 사다리를 제도적으로 시스템화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열정에게 기회를 주고, 미생이 완생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모든 것을 맡겨서는 안된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입시 위주 경쟁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그것을 위해서는 학벌주의가 타파되어야 한다. 능력과 실력 중심의 사회로 거듭나야 한다. 무엇보다, 한 번의 실패가 영원한 인생의 실패로 낙인되지 않도록 재기의 사다리를 보다 촘촘하게 재설계하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

 중앙정부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지방정부도 지역의 실정에 맞는 재기의 사다리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경험과 경륜의 전수는 물론 재도전하는 이들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 하는 지 경청하는 통로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 요구에 맞는 실질적인 지원책도 강구되어야 한다.

 열정만 있으면 기회는 찾아온다거나 노력하면 완생이 될 수 있다는 미사여구는 각박한 세상의 탈출구가 될 수 없다. 고양원더스의 실패와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의 시도가 황무지를 문전옥답으로 바꾸는 작은 밀알이 되길 기대한다. 필자 또한 큰 가르침과 교훈으로 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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