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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무도해지면 법보다 주먹이 앞선다고 했다. 최근 필리핀 등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국인들이 전문킬러에 의해 살해되는 끔찍한 청부살인이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특히 우리 안방까지 침투한 일본판 조폭영화는 폭력성이 높은 화면을 아무런 여과 없이 그대로 방영, 청소년들의 법의식을 송두리째 무너뜨린다.

 

  그런가 하면 우리 어른들은 죄를 짓고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극도의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 전국의 투자자 수천 명을 울린 사기범이 검경의 감시망을 피해 도망 다니다 조폭에게 폭행을 당하고 돈까지 뜯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잡지 못한 사기범을 조폭이 단죄하는 세상이다.

 

  이러고도 법치국가라 할 수 있으며, 선진민주국가라 감히 말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주말에 모 방송국이 필리핀에서 청부살인을 당한 피해자의 주변인물과 현지 경찰들을 인터뷰, 사건을 재구성하는 기획보도를 내보냈다. 사건 자체가 갖는 잔학성과 생명경시는 차치하고 현지 경찰의 답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형사사건인데도 피해 가족이나 이해관계자가 사건수사를 구체적으로 요청해오지 않아, 초동수사로 시신만 수습하고 마무리했다고 했다. 전문킬러가 피해자를 어떻게 유인해 사건 현장으로 이동했으며, 이동과정에서의 CC카메라 확인 등 일반적인 수사도 하지 않았다.


 이래도 외국관광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더욱이 유가폭등으로 극도의 위기에 빠져 있는 이웃들에게는 눈길마저 주지 않는다. 빈익빈부익부가 점차 고착화되고 있다. 동남아가 겪고 있는 치안부재가 빈부격차를 해소하지 못한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망각하고 있다. 이런 판에 가진 자들은 어떻게든 자신의 호주머니를 불리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골프는 고사하고 주말에 쉬는 것조차 힘겨운 서민들은 돈이 없어 세금을 내지 못하면 밤잠을 설치게 될 만큼 마음을 졸인다. 그러나 있는 사람들은 그러고도 할 짓을 다 하고 다닌다. 26일 울산광역시가 구군과 함께 체납차량에 대해 벌인 대대적인 단속결과 발표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단속반은 번호판인식기를 이용해 울산 인근의 골프장과 호텔, 백화점, 대형사우나 등 비교적 여유 있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업소 중심으로 단속했다. 이들 시설물의 경우 생활고에 허덕이는 시민들이 쳐다볼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결과는 골프장에서 21대, 호텔과 백화점에서 54대, 골프연습장에서 34대, 온천과 사우나에서 97대가 각각 적발됐다. 심지어 수백 만원을 체납한 사람이 최고급승용차인 BMW를 몰고 골프장에서 활보하다 단속반에 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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