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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6회 태화강 100리길 걷기대회의 반환점인 선바위교 위로 가을소풍을 나온 어린이들이 신나게 뛰어가고 있다.
울산신문의 여섯번째 '태화강 100리길 걷기대회'가 이번 주말인 오는 19일 오전 8시부터 약 4시간 동안 울주군 범서읍 선바위 일대에서 펼쳐진다. 햇살과 바람, 은빛 갈대가 반짝이는 가을 강변을 벗삼아 가뿐히 떠나는 트레킹은 바쁜 일상에 지친 삶에 힐링과 여유를 선사한다. 10일 오전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저 편안히 자연 속을 걷는다는 마음으로 이 길을 먼저 걸었다.
 
# 범서생활체육공원서 출발
이번 걷기 코스의 시작점은 울주군 범서읍 입암리 범서생활체육공원이다. 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가볍게 몸을 푼 뒤 걷기를 시작한다.
 구 점촌교와 점촌교, 선바위교, 구영교로 이어지는 이번 코스는 생명의 강으로 되살아난 태화강의 변화상을 가장 잘 만날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태화강 100리길 1구간과 2구간이 접하고 있는 이 코스는 한 구간 당 길이만 총 15km(소요시간 5시간)나 되는 1·2구간의 매력을 2시간(성인기준) 정도 길이로 집약했다.


 구 점촌교로 가려면 도로 갓길을 지나 산책로로 들어가야 하는데, 한적한 시간대다 보니 지나가는 차량이 얼마 없다. 가뿐한 마음으로 들어선 산책로에는 코스모스와 이름모를 각종 풀꽃, 무성한 잡초들이 자라 있다.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무심해지기 마련인 가족의 얼굴을 바라보다 어느 날 문득 가슴이 짠해지는 것처럼, 태화강을 따라 이 땅에 탯줄 걸고 살아가는 생명들이 새삼 애틋하게 느껴진다.
 강둑을 따라 짙은 녹음과 중간중간 가을볕으로 물들어가는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도 두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30분도 채 걷지 않아 어느덧 점촌교도 모습을 드러내고, 산책로를 가로지르며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사람들의 모습도 조화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선크림과 모자로 중무장 했지만, 가을볕은 따가울만큼 따사롭다. 바람은 선선해서 '아 가을이다'싶지만, 볕이 강해 햇볕을 가릴만한 것은 꼭 준비해 가야 한다.
 
19일 오전 8시부터 약 4시간 선바위 일대 워킹
생명의 강 '태화강' 변화상 한 눈에 만나는 기회
코스모스길·대숲길·위용 자랑하는 선바위 일품


▲ 선바위교 위에서 내려다 본 걷기코스 구간으로 자전거를 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뒤로는 선바위가 보인다.
# 트레킹 하이라이트 '선바위'
그리고 오늘 트레킹의 하이라이트인 '선바위'가 멀리서 모습을 드러낸다. 흐르는 강물을 경계로 가까이서 볼 수는 없지만, 초록색 물빛이 감도는 바위의 모습은 멀리서도 오랜 세월 명승다운 자태를 뽐낸다.
 가지산에서 시작된 태화강은 고헌산과 신불산, 간월산에서 흐르는 물이 언양에서 합쳐져 동으로 흘러 돈다. 강물은 대곡천 물을 합쳐 북으로 흐르는 듯 동류해 범서 망성에 이른다. 옛날 신라때 왕이 거행한 재에서 남루한 천인으로 희롱당한 한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오다 그 스님이 영축산으로 연기처럼 사라졌다는 일화가 서린 곳이다. 당시 왕인 경순왕은 그가 문수보살임을 뒤늦게 깨닫고 그를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는 뜻에서 '망성'이란 이름이 붙었다.


 강물은 여기에서 국수봉에서 흐르는 중리천을 합쳐 동남으로 돌아 층암절벽의 높은 벼랑을 받아 남으로 흐른다. 그리고 바로 이 곳, 백룡담에 당도한다. 이 곳엔 검은 듯 푸른 수면에 산인가 바위인가 하늘에 솟은 층암, 깊은 수면 위로 초록색 물빛이 감도는 바위 그림자가 투명 확연하게 비치는데, 이곳이 바로 선바위다.
 선바위는 백룡(白龍)이 살았다는 태화강 중상류 백룡담 푸른 물 속에 있는 기암괴석이다. 깎아지른 듯 우뚝 '서 있는 바위'(立石)란 뜻이다. 최근 태화강 수질이 맑아지면서 여름철엔 도심 휴가지로 각광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선바위를 마주보는 벼랑 위에는 학성이씨의 정자인 용암정(龍岩亭)과 선암사(仙岩寺)가 있다.
 
# 선바위교 아래 수십미터 대숲길
선바위 앞으로는 태화강 발원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강물은 아래쪽 보에 이르러 조금씩 수심이 얕아진다. 보 아래 드리워진 얕은 그늘 아래에는 오리며 백로, 왜가리 몇 마리가 쏟아지는 햇살을 피해 유유자적 헤엄을 치고 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느긋해지는 풍경이다.
 선바위를 둘러 보고 난 뒤 왔던 방향으로 길을 틀어 선바위교로 향한다. 걸으면서 본 선바위 쪽 아래로는 태화강 연어 생태관 공사가 한창이다.
 이윽고 몇 발짝 더 걸으니 선바위교가 나타난다. 자줏빛 꽃들과 바람개비가 쭉 늘어진 평화로운 모습이다.
 다리 아래를 지나자 마자 곧바로 마주치는 건 수십미터 가량 이어진 대숲. 선선한 오후 가을바람이 대숲을 훑을 때마다 댓잎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아직은 잎에 물기가 차 올라 있는 댓잎이라 그런지 그 소리가 서걱대기 보단 살포시 바람에 눕는 소리마냥 부드럽다.
 대숲길을 지나 다시 구영교를 향해 걷다보면, 어느 새 오늘 트레킹의 도착점인 범서생활체육공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반나절도 채 안되는 시간이지만, 어느덧 보다 가뿐해진 몸과 마음이 느껴진다.
 

▲ 구점촌교~구영교로 가는 길. 코스모스가 가을 분위기를 전해준
# 일상탈출 힐링 로드
눈앞에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고 일상이 아무리 다급하더라도 이런 느린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끌려가듯 사는 게 아니라, 현재 내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내 삶의 방향과 속도를 내 스스로 인식하면서 능동적으로 살아가려면 이런 시간의 확보는 중요한 문제다. 어느 여행자의 말처럼 우리가 스스로 살아간다는 실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사무실이 아니라 나무 아래인 것이고, 소중한 것을 깨닫는 장소는 언제나 컴퓨터 앞이 아니라 파란 하늘 아래니까.
 접수는 14일 오후 6시까지. 문의 052-273-4300
 김주영기자 uskjy@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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