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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장애인 전용 목욕탕을 취재할 때 있었던 일이다. 해당 목욕탕을 직접 찾아갔을 때 입구부터 전동 휠체어를 타고 오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과 동반 보호자의 손을 잡고 앞을 살피는 시각 장애인들이 목욕탕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휠체어를 타고 온 장애인들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부축을 받거나 아예 안아서 목욕탕까지 이동하고 있었다. 해당 목욕탕에 장애인들을 위해 설치된 편의시설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표지판과 계단 옆에 설치된 핸드레일, 화장실 좌변기 옆에 잡고 일어설 수 있도록 설치된 핸드레일이 전부였다.

 현장 확인 후에 왜 이곳을 장애인들이 사용할 수 있게 지정했는지,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없는지 의문이 들었다. 담당 직원에게 물어봤지만 업주가 장애인 전용 목욕탕으로 지정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지금 시행하고 있는 이 곳도 간신히 설득한 끝에 운영되고 있고 업주가 일반인들도 사용하기 때문에 장애인 전용시설 설치에 비협조적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일반인들은 무리없이 사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도 없고 3층 건물에 노후화된 목욕탕. 평소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목욕탕이기 때문에 장애인 전용 편의시설이 일부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군데군데 설치된 문턱이 그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높은 턱처럼 느껴졌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용 목욕탕을 지정하고 사업을 시행하는 좋은 의도는 분명 공감한다.
 하지만 정말 장애인들을 위한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이 사업의 취지라면 처음부터 3층 건물에 엘리베이터도 없는 목욕탕은 제외됐어야 한다. 일반인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계단 몇 개 오르는 것이 그들에게는 처음부터 모든 것이 고통이고 힘든 일이다.

 담당 직원은 현재는 지역 내 많은 장애인들이 이용하고 있으며 많을 때는 하루에 200명 넘게 올때도 있을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수요가 많은데도 해당 기관에서 제공하는 것은 목욕비와 일부 편의시설 뿐이다. 겉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서비스 제공을 외치기 전에 그들의 상황에 맞는 목욕탕을 찾아서 지정하고 업주와 협의하고 설득을 하는 것 또한 담당 직원이 할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해당 담당 기관과 직원들이 사업의 취지에 맞게, 그리고 그들의 입장을 고려해서 사업이 추진되는 '언행일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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