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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문화유산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반구대 암각화가 갈수록 훼손이 더해가고 있지만 보존대책은 그야말로 허송세월만 하는 양상이다. 이 시점에 울산시가 기존의 보존방안을 변경해 '터널형 수로변경안'을 만들어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이 안은 암각화 양쪽에 제방을 쌓고 물길을 터널로 직선화하는 안이다. 환경훼손이나 공사강행시 반구대 훼손 등을 들어 수위조절만 주장해온 문화재청이 이번에는 어떻게 나올지 알수 없지만 이 안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제방을 쌓고 터널을 뚫을 바에야 기존의 차단막 공법이 더 유리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반구대 암각화의 보존 대책이 제기된 것이 벌써 5년 전이니 그동안 소모적인 논쟁만 한 셈이다. 암각화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고, 한 번 없어지면 다시 찾을 수 없는 우리의 문화유산이다. 특히 반구대 암각화는 한국과 중앙아시아 여러 민족과의 직접적인 교류 관계를 증명할 수 있다는 학술적 주장이 제기될 정도로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를 더해가고 있지 않은가. 울산시가 이 지역을 세계적인 암각화 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암각화박물관을 짓고 학술대회까지 열고 있는 마당에 문화재청은 '수위를 낮춰라'는 비현실적인 보존대책만 계속하고 있다. 댐의 수위를 낮추라는 말은 댐을 없애라는 것과 다름 아니다.
 암각화 박물관 개관에 맞춰 열린 학술대회에서 쿠바레프 교수는 "다년간 중앙아시아의 여러 암각화를 연구하면서 울산 반구대의 거대한 암각화는 경이로운 것이었다"며 "울산의 암각화에 표현된 줄무늬 또는 얼룩무늬의 육식동물과 사슴과 비슷한 그림은 중앙아시아에 아주 많다"고 연관성을 설명했다. 교수의 지적처럼 반구대 암각화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손색이 없는 가치를 지닌 곳이다. 고래도시 울산에 반구대 암각화가 있다는 것 자체가 고래도시의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 같은 문화유산을 문화재청의 탁상공론에 맡긴채 5년이나 허송세월만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암각화는 1965년 사연댐 건설 이후 물에 잠기면서 급속히 훼손되기 시작했다. 문화재청이 보존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암각화 보존 대책마저 물에 잠겨 버린 꼴이 되어버렸다. 문화재청은 암각화의 보존대책을 현실적인 안으로 하루빨리 시행해야 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도 이는 시급한 현안이다. 시도 적극적으로 문화재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지역의 대표적인 선사시대 문화재를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보전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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