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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올해 임단협이 꼬일대로 꼬였다.
 사측도 노조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추석 전 타결을 내심 기대한 탓이다. 노조의 임단협 요구안은 임금피크제나 신임금체계, 정부의 노동개악 저지 등 거창한 단어로 포장해도 결국 '내 밥그릇 챙기기'다. 현대차가 소비자의 외면을 받건 말건, 수입차 공세가 가속화되든 말든 '내 월급만 많이 받으면 된다'는 욕심 외에 다른 설명은 구차하다.

 그런데 단순하게 내 밥그릇 챙기기로 비춰졌던 현대차 노조의 투쟁 목적에는 좀 더 복잡한 배경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장조직들이 이번 임단협 교섭에서 현 집행부를 흔들고 압박했다는 주장이다. 현장 제조직들은 곧 있을 지부장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임단협의 성과가 현 집행부에게 돌아가지 않도록 교섭 파행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들 조직의 궁극적 목적은 '우리 조직에서 지부장이 나와야 한다'는 정치적 계산이라는 분석이다.
 사측을 상대로 한 밥그릇 챙기기가 노조 내부 조직간 밥그릇 싸움을 품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현대차 노조 내부에는 현재 5~6개의 현장 조직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올해 노조 측 교섭위원이자 울산공장 9개 사업부 노조 대표는 5대 집행부 조직과 대립하고 있는 반대파 제조직 출신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 집행부는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임기를 마쳤다.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처음으로 임기 내 교섭을 마무리하지 못한 집행부로 남게 됐다.

 노조가 밥그릇 싸움을 하면서 3일 파업을 벌인 결과 생산이 지연된 차량만 1만800여대, 매출 차질은 2,230억원에 달했다. 노조가 출범한 뒤 28년 동안 누적 파업일은 410일, 누적 생산차질은 125만여대, 매출차질은 14조2,000억원으로 불었다.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사기 사태로 현대차가 국내외 시장의 점유율 확대 기회를 잡았으면서도 벌이고 있는 단순한 밥그릇 싸움치고는 실로 대단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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