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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미술관 부지 재검토 문제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다.
 시는 중부도서관이 미술관 부지에 포함되면 도서관이 이전할 수 있다는 얘기가 타지역 변경안(3안)으로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분명 3안을 포함한 배치계획 검토안을 작성한 것이 확인됐다. 물론 3안은 제대로 검토가 안됐을 것이다. 그동안 행정을 뒤엎는 일이 될 수 있는데다 문화의거리 일대 상인과 주민을 의식해서라도 검토자체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재검토는 시가 밝힌 '백년대계의 미술관을 짓는 것을 대원칙으로 삼고'와는 맞지 않는다. 기왕 재검토에 나섰다면 도심 경관을 확실하게 바꿀 건축물로서 미술관을 고민했어야 하는데, 현위치를 최우선으로 고민했기 때문에 다른 선택지에는 별로 눈이 가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도서관을 연계해 부지규모를 넓힌 것만도 반갑다. 하지만 동헌과 객사 사이에 낀 미술관 보단 그 윗편에 널찍하게 자리잡아 원도심과 어우러지는 미술관, 태화강변에 널찍하고 세련되게 지어진 미술관이 마음을 끄는 건 사실이다. 정해진 답이 없다면 관광지로 세련되게 변모중인 동구 대왕암공원 같은 곳에 지어진 미술관이 사람은 더 많이 찾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와서 이런 가정을 하기 힘든 이유를 지난 결정에서 찾는 단 점이다. 이미 결정을 내릴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음에도 말이다.
 그동안 들인 시간이 아깝긴 하지만, 우리는 울산객사의 복원이란 선물을 얻었다. 일각에선 객사를 평가절하 하지만, 객사와 동헌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건 여타 문화재 복원과는 또다른 중요성을 갖고 있다. 우선 울산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문화재복원을 할 수 있는 기회다. 유구도, 사진 등 고증자료도 명확하다. 국내 중요 문화재는 대부분 일제강점기 후 그 외형과 정신을 잃었지만, 울산객사는 이전 모습을 유추할 수 있게 우리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정문화재급 문화재가 아님에도, 문화재위원들이 보존을 결정한 것은 그만큼 유구의 가치가 높아서다. 특히 조선팔도에서 가장 유려한 건축미를 자랑한 상천객사와 함께 '조선고적도보'에 실렸을 정도로 가치가 높았다. 타지역에도 물론 객사는 있었지만, 울산객사만큼 오랜 유구를 보존한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일부 건축가들은 미술관이 지금처럼 객사와 동헌사이에 끼여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궁여지책으로 꼭 지어야겠다면 일본 도쿄 21-21 디자인사이트처럼 작은 규모의 미술관처럼 짓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고건축 분위기와 미술관 경관을 제한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그런데 말이다. 많은 시민들은 그렇게 작은 미술관 보단 적어도 중규모급 이상의 미술관을 원한다. 이달 말 재검토 결정을 마치기 전까지 마지막으로 시가 한 번 더 적극적으로 다른 건립안을 살펴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와서 부지를 재검토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 역시 당시 의견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지역 문화계 일각에선 객사가 온전한 형태로 발굴될 것이란 얘기를 했다). 그렇다면 그래야 할 이유는 더욱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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