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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이 조연이 되고 어느날은 또 조연이 주연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영원한 주연도 조연도 없는 세상이다. 주목받던 스타가 이름도 흔적도없이 불행한 인생으로 전락하고 혹은 자살로 사라지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무명이었던 엑스트라가 눈부신 스타가 되기도 하고 엎치락 뒷치락하는 난장의 세상 무대다.
 그래서 연극이 인생과 닮았고 인생이 연극같은 세상사다.

 우리는 자신의 성공을 미리 예측하기에는 당장 내일 일을 알 수가 없기에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청춘들이 각자의 꿈을 이루기위해 희망을 찾아 서울 달동네에 있는 한 지붕 집 아래 월세를 살며 모였다. 그들의 직업은 무명 시나리오 작가, 여장 남자배우, 시신 전문 단역배우. 유명 가수의 이미테이션 여가수다. 지난 일요일 막을 내린 극단 무의 연극 엑스트라 하우스를 보면 이 청춘들의 꿈과 사랑과 좌절과 또다시 희망하는 단편들을 때론 유쾌하게 또 때론 씁쓸한 연민으로 들여다 볼 수있었다.
 연극 엑스트라 하우스는 울산 지역에서 2001년 창단해 지금껏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극단 무의 작품이다. 더구나 극단 무의 김행임 작가와 연출가 전명수 대표, 울산 지역의 오랜 중견 배우들의 연극이란 것이 참 반길만하다.
 울산 지역의 순토종 연극인들이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도 이렇듯 오랫동안 삼박자를 맞추며 꾸준히 연극 작업을 이어오기가 녹록치만은 않은 현실이기에 더욱 그렇다.
 작가의 극적 구성이나 갈등 구조도 탄탄하다. 극중 원호(전민수 분)의 집에 세들어 사는 동팔(이성훈 분) 장미(이현정 분) 건우(노광후 분)는 각자의 꿈을 이루기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원하는대로의 꿈은 번번히 오디션에서 떨어지고마는 좌절된 꿈이다. '서울은 꿈을 이루기위한 곳이 아니라 꿈을 포기하라고 있는 곳이다'라는 이 젊은이들의 대사가 그래서 송곳처럼 관객의 가슴에 아프게 박혔다.

 결국 힘겨운 현실을 이기지 못한 동팔이가 사채업자에게 빚을 지게되면서 고문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하고 만다. 동팔이가 자살의 순간에 외치는 절규어린 독백이 충격적이다. 객석에 앉아 연극을 보는 관객 역시 사실은 고달픈 일상으로 연극 속 인물들처럼 마음껏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엑스트라들이란 것이다. 그러한 내 얼굴이 잔인하도록 선명하게 보인다는 극중 동팔의 대사, 줄위의 광대처럼 매일을 자신의 진짜 모습과는 다르게 살아가야하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비관적인 독백이 가슴 아팠다.
 세상은 엑스트라의 연기나 인물에는 그다지 별 관심이 없다. 우리가 오직 관심있는 것은 스타다. 하지만 우리의 실제 인생은 다르다. 스타만이 이 거대한 지구별의 집에 모여있는 것이 아니기에 말이다.
 우리 인간의 군상들은 연극 엑스트라 하우스에서 볼 수 있듯 다양하다. 꿈과 희망과 우리가 이루고자하는 목표도 모두가 다르다는 것을 존중해주고 응원해주는 우리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기성 세대인 우리에게 꿈을 묻는 청춘들이 있다면 선배로서 성심껏 얘기해 줘야한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는 영원한 스타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세상은 엑스트라들의 거대한 집이다.

 울산 중구가 꾸준히 펼쳐온 문화의 거리 조성 등으로 활기차다. 필자가 태어났던 고향이 구시가지 옥교동이었던 50여 년전부터 이후 시내 일대에 밤새 연극 포스터를 붙이러 다닌 시절이 25년여 전이다.
 그래서 연극 엑스트라 하우스가 거리 곳곳마다 벽에 붙어있는 것을 보며 감개무량했다. 우리나라의 계절 중에 가장 좋은 계절이 5월과 10월이다. 5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봄 햇살이 더 말 할 나위없이 눈부시다. 10월은 가을 들녘마다 황금빛 곡식이 익어가는 모습이 또한 정말 아름답다.
 10월은 울산에서 축제로 풍성한 계절이다. 울산을 대표하는 여러 축제들이 10월에 몰려있다. 중구를 대표하는 마두희 축제를 비롯해 처용 문화제도 열리는 계절이다. 이렇듯 10월에는 축제의 계절인 만큼 풍성한 가을 축제를 누리고 마음껏 즐기는 우리 울산 시민들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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