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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베로릿지 바위 암봉.


# 눈부신 억새 평원
세 번째 구간을 지나는데도 10여분 걸린다. 네 번째 구간은 진행방향을 잘 살펴야한다. 왼쪽 바위 쪽은 자일이 없다. 오른쪽 정면으로 올라가야한다. 이후부터는 바위타기 구간은 별로 없고 길은 다소 완만해진다. 다섯 번째 구간은 바위틈사이 비탈길을 3~4분정도 오르면 되고, 마지막 여섯 번째 구간 전망대 까지는 10여분 걸린다. 이곳에서 다시 5분정도 더 올라가면 마지막 전망대를 지나고, 사격장 출입을 금지하는 경고판 두개가 있는 주능선 가까이 올라 온 셈이다. 금강폭포를 둘러보고 에베로릿지 바위암벽을 타고 에베로릿지를 우회하는 등산로 가 만나는 상부지점까지는 2시간30여분 걸린다. 조금 뒤 금강골재 갈림길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신불산-2.2㎞, 영축산-0.7㎞이다.
 

해발 1,000m 이상 평원에 펼쳐진 억새
능선길 군데군데 조망 뛰어난 바위암봉
아리랑릿지·쓰리랑릿지 기암괴석 일품
10월 하순 빼어난 단풍 경관 발길 이어져



 이곳에서 왼쪽 방향은 주능선 영축산으로 향하는 등로이고, 오른쪽은 신불재와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등로이다. 눈부신 억새평원이 펼쳐진다. 가을이 깊어간다는 뜻이다.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펼쳐지는 60여만평의 억새군무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억새는 스스로 소리를 낸다. 기쁨의 환희일까? 아니면 슬픔의 소리일까?
 가을 축제 중에서 억새 축제가 의외로 많다. 10월이 시작되면 영남알프스에서도 억새 축재가 열린다. 간월재에서 열리는 '울주오디세이'다. 산상음악회를 비롯한 양방언 밴드공연이 펼쳐지는 등 다양한 억새 축재가 열린다. 아~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고(故) 원로가수 고복수 님의 구슬픈 노랫가락이 생각난다.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 모습을 보면 실로 처연하다. 손을 흔드는 억새! 누군가를 떠나 보내야하는 비통함. 차마 발길을 돌릴 수 없어 쓰라린 가슴을 허덕이면서 우는 것 같기도 하고, 웃는 것 같기도 한 애잔한 모습. 이 땅에서 쓰러져간 민초(民草)들의 아우성이 아닐까?
 전국의 억새축제 1번지로는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 그리고 경기도 포천의 명성산, 화왕산 등의 억새축제가 잘 알려져 있다. 억새능선을 타고 왼쪽 능선을 따라 금강골 방향의 경관을 감상하기위해 발길을 옮겨보면 벼랑 끝으로 폭 3m, 길이 3㎞쯤 되는 석성(石城)이 있다. 영축산 상상벌에 쌓아져 있는 가천리 단조성(丹鳥城)이다.   
 
# 가천리 단조성
가천리(加川里)는 본래 언양군 중남면의 지역으로서 들에 내(川)가 있으므로 야천(野川) 또는 '들내'라 불렀고, 이것이 변하여 들내. 가천이 되었다. 신불산 정상에는 폭 3m, 길이 3㎞쯤 되는 석성이 있다. 이 성안에는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우물(天池)이 열개나 있었는데, 비가와도 물이 넘치지 않고 변함이 없었다 한다.
 단조(丹鳥)란 머리가 붉은 학을 말하는데, 산성의 모습이 마치 목을 길게 뽑아 세운 학처럼 생겼다 하여 붙어진 이름이다. 또한 신불산은 천지개벽 할 때 해일이 일어나 산꼭대기는 단지만큼만 남기고는 모두 물에 잠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조3년(1727년) 무렵 암행어사 박문수가 영남지역을 돌때 단조성에 올라와 성을 보고는 '산성의 험준함이 한명의 군사가 능히 적 만 명을 대적 할 수 있는 곳'이라 하였고, 임진왜란 때 명나라 장수도 이 성을 쳐다보고는 '마치 하늘에 붙은 성 같다. 조선에 성(城)이 없으랴만 이 성마저 잃을 수는 없다'고 하면서 난공불락의 성이라 하였다. 그런데 바로 이 성이 임진왜란 때 왜병에 의하여 어이없이 함락 당하고 말았다.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 신불산 쓰리랑릿지 경관.
 한 노파의 아들이 왜병에게 포로가 되었다. 왜병들은 그 노파에게 만약 단조성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주면 아들을 살려 주겠다 하였다. 노파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단조성으로 가는 비밀통로를 알려 주었다. 왜병들이 단조성 서쪽 산성으로부터 들어갈 수 있는 비밀 후문을 불시에 습격하니 우리 병사들은 난공불락의 요새라고 태연하게 동쪽낭떠러지 아래쪽만 경계하고 있다가 제대로 한번 싸워 보지도 못하고 몰살을 당했다고 한다.
 단조산성이 연결되어 있는 산길을 따라 영축산 방향으로 오르다보면 왼쪽(북·동쪽)으로 펼쳐지는 아리랑릿지와 쓰리랑릿지의 기암괴석들은 마치 열병식을 하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처럼 보이기도하고 수많은 석상(石像)들이 모여있는 이스터섬의 모아이 석상처럼 보이기도 하고….
 아무튼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이 일렬로 도열해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가천마을과 강당마을의 아름다운 모습과 심천저수지, 삼성SDI공장과 금강폭포가 있는 금강골의 비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금강골재 갈림길에서 30여분만에 영축산 정상에 도착한다.

# 영남알프스 산군들 손에 잡힐 듯
영축산 정상석의 모습은 울산·울주 지역의 획일적(劃一的)인 정상석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영축산 정상자체를 기단으로 하여 그 위에 두 개의 커다란 자연석을 소재로 하여 정상임을 표시하고 있다. 자연 그대로의 멋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축산 정상에서 바라본 영남알프스 산군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일망무제(一望無際)다. 영축산에서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광활한 억새평원과 함박등, 죽바우등, 시살등, 오룡산으로 이어지는  끝없는 바위능선, 발아래로는 통도사가 있는 지산마을과 그 너머로 정족산과 천성산이 손에 잡힐 듯이 이어지고,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가지산은 운무속에 아련하게 멀어져 보인다.
 정상에서 하산 길은 여러 곳으로 열려 있다. 지천에 깔려 있는 억새들이 손짓하는 청수골 방향과 백팔능선으로 이어지는 평원은 아름답다 못해 아! 하고 탄성이 절로 나오기도 하는 곳이다. 원점회귀는 에베로릿지를 우회하는 등로를 따라 내려오면 된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영축지맥이 이어지는 함박등과 함박재로 이어가다가 통도사 백운암 방향으로도 등산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코스이고, 시살등, 한피고개에서 우청수골로 하산하는 코스도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단조성 습지 지역을 경유하여 배내골로 이어지는 좌청수골 하산하여도 좋을 듯 싶다.(영축산 정상에서 오룡산-6.1㎞, 신불산-3.1㎞, 양산(하북) 지내마을-4.9㎞) 


 영축산에서 동쪽 지내마을 방향으로 발길을 옮겨본다.
 조금 뒤 일명 영축산 동봉(東峯)이라불리는 바위 암봉에 올라선다. 이곳 또한 조망이 뛰어나다. 고개를 왼쪽으로 약간 돌리면 신불산의 아리랑릿지와 쓰리랑릿지, 에베로릿지가 장엄한 모습을 드러내고, 발아래로는 수십 길 낭떠러지로 등골이 오싹하다. 또한 오른쪽으로는 영축산 동쪽사면의 바위 암벽들이 설악산의 천불동계곡을 방불케 할 정도로 장엄하다. 바위 암봉을 왼쪽으로 돌아 조심스레 내려오면 등로는 약간의 너덜 길로 접어들고, 지내마을과 방기마을로 갈라지는 이정표가 있는 지점까지 순조롭다. 조금 뒤 방기마을 방향으로 내려선다.
 약 1시간가량 이어지는 능선길은 군데군데 조망이 뛰어나는 바위암봉들이 있어 지루함을 잊게 한다. 아리랑릿지와 쓰리랑릿지, 에베로릿지, 탈레반릿지의 바위암릉의 속살까지 흠처 보는 조망이 탁 트이는 바위 암릉구간 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어지는 하산 길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곳이기도 하지만 삼성-SDI공장 뒤편까지 이어진다. 포 사격장이 있는 앞 도로를 지나 신불사(卍)를 가리키는 이정표방향으로 내려오면 원점산행이 이루어진다.
 이번 산행구간은 단조성(丹鳥城)에 얽힌 전설을 실제 눈으로 체험하고, 해발 1,000m 이상의 평원에 펼쳐지는 가을 억새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특히 모험을 즐기려는 등산 애호가들에겐 가을 단풍철이 절정을 이루는 10월 하순경은 그 경관이 아름다워 영남알프스의 최고 단풍 산으로 알려져 있다.  산악인·중앙농협 정동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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