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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울산시립미술관 건립부지 전면 재검토 기사를 내보낸 이후 시립미술관 부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울산시가 당초계획을 바꿔 부지 재검토에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울산을 대표하는 공공시설은 미래의 울산을 짓는 중차대한 일이다. 각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알아본다는 의미로 전문가들의 기고를 싣는다. 울산이 세계도시를 지향하고 산업과 문화가 어우러진 특색있는 도시로 나아가는데 일조를 해주길 기대한다. 편집자

울산과학대
공간디자인학부 건축전공 교수
품격도시를 지향하는 울산에서 시립미술관 건립 부지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구 울산초등학교 부지를 선정했던 과정과 선정 후 지금까지의 고민을 생각한다면,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일인 것은 분명하다.하지만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문제점들을 해결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 한정된 범위에서 논의하는 것보단 다양한 목소리들을 진지하게 듣고 생각해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당초 건립 예정 부지(울산초·북정공원 인근)와 타 지역도 한 번 생각해보고자 한다. 이는 울산시립미술관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당초 선정 부지의 자체적 중요성을 고려하기 위함이다. 울산을 대표하는 시립미술관은 건물의 기능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더 중요하다. 특히 미술관의 형태와 공간(전시공간·내용)에 담겨 있는 디자인 개념과 상징성은 울산을 설명하고 타 지역과 구별돼야 한다. 국내·외 시·국립미술관 건립 과정을 보더라도 규제를 최소화하고 높은 역량을 가진 건축가가 설계하도록 여러 방안을 마련해 진행하고 있다. 국제·국내 현상설계방식으로 접근하거나 기획설계 과정을 포함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 시립미술관은 현재와 미래의 울산을 시민들 뿐 아니라 외지인들도 잘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건축물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본적인 행정요인들은 물론 가능한 부지와 주변 여건에서 오는 규제가 적을수록 좋다. 당초 부지는 울산의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는 역사적 자원과 공간을 갖고 있고, 주변 지역과도 상호 연계돼 있다. 특히 원도심 지역과 근접해 전국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도시재생에 의한 원도심 활성화 계획에서 활용 가능한 잠재력이 높은 지역으로 대두했다.

　현재 지역 주민과 중구청이 협력해 원도심 활성화 계획을 수립하고 점차적으로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당초 부지인 울산읍성 객사터와 주변 동헌과 읍성은 울산의 정체성을 활용한 사업계획에 핵심적인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애초 건립 예정지와 주변 지역은 각각의 고유한 의미와 중요성을 갖고 있다. 시립미술관은 그 형태와 공간에서 울산을 이야기하고, 그 기능은 울산예술의 미래를 수용해야 한다. 반면 애초 건립지와 주변 지역은 그것이 품고 있는 울산의 역사와 문화를 부활시켜 울산의 정체성을 보여 주는 곳도 돼야 한다. 시립미술관과 건립 예정지 및 주변의 역할은 울산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하지만 현 건립 예정부지 및 주변 지역에 울산시립미술관을 건립한다면, 각각이 가지고 있는 역할들을 제대로 발휘하기엔 역부족일 가능성이 크다. 부지 협소로 인한 이형적인 부지 형태,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위한 건물 형태 및 공간에서 오는 제약, 특히 울산의 정체성과 주변 원도심을 재창조할 원동력인 역사적 자원들이 변형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이러한 견지에서, 건립 예정부지와 주변 지역은 그 지역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그대로 보존, 재탄생시켜 울산의 정체성을 나타내고 주변 원도심지역 활성화 계획에 활용해야 할 것이다. 활성화 계획은 시립미술관과 같은 새로운 것이 아닌 지역의 잠재적 자원을 활용하는 프로그램 위주가 돼야 할 것이다.

　울산시립미술관은 앞에서 언급했듯 현재와 미래의 울산을 위한 명확한 역할이 있다. 이런 역할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 미술관을 건립해야 할 것이다. 즉, 미래 울산의 심장부가 될 가능성이 높고, 미래 울산을 이끌어 갈 내용들로 채워져 있는 혁신도시에 건립하는 것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미분양으로 고민하고 있는 클러스터 부지를 활용해 전국에 없는 건축물 거리를 만들어도 좋을 것이고, 울산의 미래산업과 문화를 융합시킨 울산만의 고유성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예가 될수 있을 것이다. 재검토되고 있는 미술관 부지에 대한 논의가 사심없이 진행돼 미래 울산을 위한 결정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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