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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일어나기 싫은 태양이 산마루에 걸터앉은 구름에 말을 건넨다. 그들의 속삭임이 보랏빛 대화로 무르익은 11월 하늘빛이 참 곱다. 이런 풍경은 흔치 않아 바쁘지만, 차를 옆으로 주차하고 휴대폰으로 몇컷 담아본다. 붉은 하늘빛에 덩달아 눈시울이 붉어진다.
 출근 후 아침 체조를 마치고 올라왔는데 타 부서에 근무하는 후배 동료가 상담을 요청한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회사를 그만 둔다거나, 동료와 무슨 일이 있을 때에만 이런 아침에 상담을 요청하던데 또 무슨 일이 생겼을까 괜히 걱정이 앞선다.

 지금 나는 첫 직장으로 20년 넘게 이 회사를 다니다 보니 혈기왕성하고 파릇한 신입사원들을 자주 봤다. 동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를 떠나는 것도 많이 봤다. 그래서 회사를 떠나려고 하는 이들의 행동과 말투를 보면 어떤 상담을 하려고 하는지 대충 짐작이 된다.
 요즘은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졌다. 오히려 이직이 또 다른 경력 중 하나로 자리잡아 가는 시대가 되기도 했지만, 경력사원이 빠져나간 자리는 개울을 건널 때 징검돌이 하나 없어진 것처럼 남아 있는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회사에도 핵심정보와 자료의 유출 그리고 업무공백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히게 된다.
 상담을 해보면 이직을 결심하는 발단이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연봉문제가 가장 많은 상황에 해당한다. 이 경우에는 상담해도 대부분 회사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
 둘째는 회사에 성장 비전이 없을 때나 과도한 업무로 피로가 누적될 때인데 이런 경우는 상담을 통해 비전을 제시해 주거나 업무로드를 분산시켜 주면 계속 회사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셋째는 부서가 감성이 메마른 딱딱한 문화일 때와 구성원 간에 보상이 불공정하다고 느껴질 때 이직을 고민하게 된다. 상사와 갈등이 지속될 때도 이직을 고려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는 부서장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겠다.
 이번에 상담한 후배는 내부 기밀문서를 우연히 보게 됐다. 그는 본인에 대한 불공정성을 느껴 상사와 이야기를 했는데 자기 의견이 무시된 것으로 말미암아 이직의 갈등을 느꼈다. 그 후배와 몇 시간 상담을 하고 다시 회사에 남아 있기로 했는데 한 번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데는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였다. 문서관리에 조금만 더 주의하거나 후배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줬으면 아무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몇 달 전에는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상사에게 듣고 갈등이 원인이 되어 이직한 경우가 있다. 물론 그 직원이 잘못은 하였으나 인격모독적인 발언은 삼가야 했을 것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우하고 배려했으면 인재가 빠져나가지 않았을 것인데 아쉬웠다.
 상담은 막힌 소통을 풀어주는 물줄기 같은 것이다. 흐르게 하는 것, 직장 상사와 부하와의 소통, 가족과의 소통, 친구와의 소통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것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경청하는 좋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직을 생각하게 되는 사례들은 수없이 많지만, 마음을 털어놓고 대화로 풀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겠다. 순간적인 감정을 억제하고 여건과 환경을 극복하는 것도 직장인들이 갖추어야 할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본인의 마음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문제 해결이 많이 된다. 전문적인 상담자가 아니더라도 동료 마음을 들어주는 것, 곁에 있어 주는 것으로 이직을 결심했던 동료가 또는 죽음을 생각했던 친구가 마음이 변할 수 있다.

 나는 상담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누군가 내게 고민을 이야기하면 음료수를 뽑아 휴게실에 가서 같이 마시며 동료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며 고개를 끄덕여 준다. 간혹 내 생각을 물어올 때면 나도 똑같이 생각한다고 동조해 주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러면 대부분 상담자는 시원한 표정으로 회사를 떠나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상담(相談)은 좋은 말을 많이 해주는 것도 아니고 서로 갑론을박(甲論乙駁)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단지 같은 편이 돼 진지하게 말을 들어주고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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