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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이에 '불금'이 유행하고 있는 것처럼 일본에도 '화금(花金)'이 있다고 한다. 불금이 더 화끈하고 강렬하고 다이내믹하게 들리지만 일본은 각 지방마다 건배조례가 있고 전통주에 대한 지원과 홍보를 적극적이고 독특하게 진행한다.

 일본 각 지자체에 있는 '건배조례'는 사케 등 전통주가 유명한 도시에서 제정한 것인데, 지역 특산물 소비를 촉진하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기념식이나 행사장 건배때 그 지방 술로 하자는 것으로 이른바 신토불이 운동이라 하겠다.

 2013년 1월, 교토에서 사케로 건배하는 습관을 들이자는 조례를 시행한 게 그 시작으로 조례 명칭은 '청주 보급 촉진에 관한 조례'였다. 시와 사케 업체, 시민이 사케 보급을 위해 노력하자는 뜻에서 이른바 '건배조례'라 불리게 됐다. 일본 전체 80곳이 넘는 지자체에 이런 건배조례가 제정돼 있다. 사케뿐 아니다. 야마나시 현 고슈(甲州)시는 와인, 유제품이 유명한 이바라키 현 오미타마(小美玉)시는 요구르트로 건배. 도자기가 유명한 곳에서는 술과 함께 술잔도 지정해 향토 사랑을 도모하고 있다.

 건배조례가 사케 판매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소비 진작 효과가 있는지 모르지만 전통주에 대한 자부심이나 애착이란 면에서 부러운 일이다. 그들은 연말이면 양조장 수십 곳이 모여 '사케의 세계문화유산'이라는 내용의 강연과 시음회를 개최하면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노리고 있다. 이미 일본식 전통 가정요리인 와쇼쿠(和食)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으니 다음은 사케로 추진하겠다는 분위기다.

 사케의 해외 수출액도 900억 원을 넘어섰고 정부도 앞서서 적극적인 홍보를 한다. 일본 정부는 2012년 사케와 쇼츄(일본식 소주)를 국주(國酒)로 지정했고 관광청은 사케 양조장 투어 홈페이지를 개설해 사케에 대한 정확한 정의와 일본 문화의 결정(結晶)임을 알리고 있다. 외교부는 외교관에게 사케 교육을 의무화하고 국세청은 다양한 시음회를 통해 사케 문화를 해외에 전파하고 있다. 사케가 기후풍토, 인내심과 정중함을 나타낸다고 홍보하고 마시고 취하는 술이 아닌 지역마다 빚는 사람과 재료가 다른 사케의 모습을 문화로 녹여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강원도와 전라북도 등에서 전통주 조례를 제정했다. 우리 전통 생활문화의 한 축이었던 전통주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자칫 명맥마저 끊어질 위기에 처하자 이를 지원하기 위해서이다. 지자체가 주관하는 각종 공식행사에 지역의 전통주를 건배주로 활용하고 건전하고 품위 있는 술 문화 정착으로 전통주 소비 촉진과 지역경제 활성화, 지역민들의 애향 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목적이 돋보인다.

 5,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에게도 세계에 자랑할 멋진 술 문화가 있었다. 지방마다 다양한 가양주 문화에서 지역별 차별화된 막걸리, 전통주 명인과 약주 등이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대중화된 우리 술은 소주 일색이다. 그것도 전통적인 발효주가 아닌 희석식이다.

 울산 지자체들도 '전통주 조례'를 널리 알려 전통주 활성화에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울산시나 구군이 주최·주관하는 모든 공식 행사에는 울산 전통주를 이용하도록 하고 울산사랑 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의미를 담아 각 도민회, 향우회, 동문회와 출향 인사 모임이나 단체의 공식행사에도 울산의 전통주를 이용하게 하면 애향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직 한가지 '~루'만 있는 울산에 오래된 양조장을 발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하거나 울산을 대표하는 향토주를 개발하고 기존의 '전통주' 업체는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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