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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에 비해 학교폭력이 대폭 줄어들었다. 2015년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피해응답률이 0.7%로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1,000명의 학생 중 7명이 학교폭력을 경험했다는 의미다.
 이러한 결과는 학교에서 주기적으로 예방교육도 하고 '사과데이'와 같은 행사를 진행하는 등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학교마다 전담경찰관이 지정돼 집중 관리하며 청소년 관련 단체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한 결과라고 추측해 본다. 그런데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바로 우리 학생들의 어머니이다.

 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린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는 5~10인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하는데 전체 위원의 과반수를 학부모 대표로 위촉해야 한다. 이때 학폭위에 참석하는 위원들을 보면 대부분 어머니다.
 또 학폭위가 열렸을때는 가해·피해측이 의견 진술의 기회를 부여받게 되는데 이때 참여하는 것도 보통 어머니이다. 이 경우 많은 아버지들도 참석하긴 하지만 그 경우에도 늘 어머니가 함께하게 된다.
 학폭위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어머니들은 아이의 안위에 대해 계속 걱정한다. 피해측 어머니는 아이의 상처를 이야기 하며 눈물 짓고, 가해측 어머니 죄송하다며 눈물 짓는다. 위원인 어머니 역시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힘든 부분에 대해 공감하며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엄중히 지적하기도 한다.
 일부 사람들은 아줌마들의 오지랖이 넓다고들 한다. 학폭위도 마찬가지다. 답이 뻔한데 뭘 그리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혼내고 잔소리를 하느냐고 한다.
 하지만 수차례 학폭위에 참석한 결과 학폭위를 단순히 행정절차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학폭위가 진행됨에 따라 아이들은 가해자, 피해자의 이름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누구나 나름의 사정이 있고 오해가 있을 수도 있고 우리는 모르는 당사자만이 아는 이야기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 바로 어머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함으로써, 그리고 누군가 들어주고 공감해줌으로써 아이는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
 또한 가해·피해자측에 부모님과 함께 앉아 있는 아이들은 좌불안석이다. 부모님과 함께 있으니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반면에 부모님께 치부를 들키는 것 같아 속상해 하기도 한다. 그리고 부모님이 아이의 이야기를 대변하며 눈물을 흘릴 때 아이들은 마음속에 눈물을 흘린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아이들은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학폭위라는 것은 아이를 벌주려고 만들어낸 단순 절차가 아니라 어느 정도 가해·피해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자리가 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나아가 아이가 겉으로만 반성하고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 깊이 느끼고 변화를 결심하도록 이끌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

 학폭위가 많이 열리면 학교에서는 걱정을 할 지도 모른다. 혹시나 학교가 학교폭력이 많은 학교로 되어 안 좋은 이미지가 생기진 않을 지, 아이들의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관련 내용들이 기재되면 아이의 상급학교 진학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진 않을 지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이 부분은 다소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된다.
 학교에서 하루를 함께 보내는 질풍노도의 청소년들이 싸우고 놀리며 장난치는 것은 일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은 아이들의 상처 치유와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한다.
 또 아이의 상급학교 진학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이다.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줄 수 있는 영향을 직접 느끼고 역지사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고 대학이 우선이니 잘못을 덮어버린다면 이 아이는 무엇을 배우겠는가. 우리 아이들의 진학문제에만 몰두하다가 결국 더 훌륭한 사회인으로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 바로 소탐대실이 아닐까.

 물론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는다는 것은 다소 부담스러운 일이다. 때문에 일부 기록은 졸업과 동시에 삭제, 그리고 퇴학을 제외한 나머지 기록도 2년 이내에 모두 삭제 가능하다.
 학교폭력은 단순히 학교에서의 문제가 아니다. 그 중심에 어머니가 있다.
 학폭위가 열리지 않아도 집에는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관심을 갖고 아이의 이야기를 들을 때 진정한 학교폭력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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