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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난항을 겪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극적으로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대타협에 합의했다.
 아직 관련 노동개혁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당시 4인의 노사정 대표들의 소회가 기억난다. "이번에는 반드시 합의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강했다." 그만큼 국가경제가 위기에 봉착했음을 노사정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노사는 물론, 사회구성원 전체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방법에 있어서는 여전히 많은 이견과 갈등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동의 유연성' 과 '임금'이라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를 두고 벌어지는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제는 노사를 넘어 정부를 비롯한 온 국민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버렸다. 그만큼 이 문제가 국가경제의 발전과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은 끝내고,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이번 합의를 어떻게 제대로 실천할 것인지를 논의할 때이다. 그리고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경제계 입장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없이 정년연장제가 시행된다면 기업은 인건비 부담 증가로 인해 신규 채용을 줄이게 되고, 신규채용 감소로 청년층의 일자리가 줄어들면 기업으로서는 새로운 구매고객층이 사라지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반면 노동계 입장에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란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임금피크제는 청년 일자리를 위해 자신의 임금 일부를 양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당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진정한 추동력을 얻으려면 이젠 가진 자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렇다면 일반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어떨까? 그들에게 있어서는 법이나 규칙개정보다는 날로 어려워지는 회사사정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대기업 노동자와의 임금격차에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큰 관심사일 것이다.
 실제 초기 대기업 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은 전체 근로자의 근로환경 개선과 임금 인상을 선도했지만, 90년대 말 이후부터는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 인상만이 목적이 되며, 이로 인해 오히려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저임금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그들의 눈에 비친 대기업 강성 노조의 투쟁은 중소기업 및 비정규직 노동자와 나눠야 할 재원을 독점해 대·중소기업 간, 세대 간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춰질 수 있다.
 이처럼 노사 간, 그리고 대기업·중소기업이 바라보는 곳과 생각하는 기준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다.
 이제는 냉정한 시각과 서로에 대한 이해, 그리고 같은 것에 대한 너무나도 다른 서로를 이해해야 할 때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어려운 시기에 청년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 시각을 의식해서든, 미래 고객층 확보를 위해서든,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든 정부의 방침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대처가 아니라 진정으로 노동자와 중소기업을 함께 보듬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상생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노조도 이제 "왜 경영악화의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전가하느냐?"는 생각을 버리고 경영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미 대한민국에서 노조는 기업경영의 핵심 축이요, 기업 경쟁력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다들 알다시피 울산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대립적 노사관계이다. 이제는 대립적 노사관계가 울산기업의 이미지가 되어버렸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고객들까지 울산기업을 외면하고 있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그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면 사람들은 그 기업과 제품을 신뢰할 수 없다.
 '대립' 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한다면 울산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다. 이제 변해야할 때이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먼저 같은 말을 하다보면 언젠가 같은 생각을 할 것이고, 결국 같은 뜻을 품고 같은 열매를 맺는 날이 올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유야 어떻든 지금은 모든 구성원들이 위기를 위식하고 한 목소리를 내야할 때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날 개혁은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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