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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초 울산 동구의 독거노인 A(55·여)씨가 쓸쓸한 죽음을 맞았다. A씨는 추석 명절 음식을 주러 갔던 인근 식당 업주에 의해 발견됐다. 기초생활보장수급자도 아닌 A씨는 10년 넘게 일했던 식당 업주가 자주 왕래를 하지 않았더라면 죽음조차 한동안 알려지지 않을 뻔했다.  

 울산에 A씨와 같은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무연고 사망자가 지난해 13명에서 올해 22명으로 크게 늘었다. 다양한 이유로 가족과도 단절된 채 생활했던 이들은 장례식에서도 혼자였다. 일부는 지역 봉사단체에서 장례를 치러주기도 했지만 대부분 구군에 의해 화장됐다.

 외로운 죽음은 노인만의 일이 아니다. 얼마 전 서울에서 청각장애 아동을 돕는 언어치료사인 B(29·여)씨가 고시원에서 숨진 지 보름 만에 발견돼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죽음까지 이르는 극단적 상황은 아니더라도 요즘 20대 대부분이 취업준비, 고용불안 등 미래에 대한 걱정에 힘든 상태를 겪고 있다. 핵가족화로 인해 가족이 해체된 데다 마을공동체라는 개념도 사라지며 세대를 가리지 않고 외톨이 사회가 되고 있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저녁시간 서울 쌍문동의 한 골목 다섯 가족은 각자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해 이웃들에게 나눠준다. 덕분에 아버지와 둘이 사는 택이네도 어느덧 푸짐한 저녁상이 차려진다. 섭섭하고 못마땅한 것이 있더라도 가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따뜻한 마음이 드라마 전반에 녹아 있다.

 30여 년이 지난 1988년의 이야기에 10대·20대까지 열광하는 것은 이제는 희미해진 가족과 이웃에 대한 '정' 때문일 것이다. 외톨이 사회를 막고 1988년도처럼 정이 넘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공동체 활성화 정책뿐 아니라 가족에게 마음을 전하고, 마주치는 이웃에게 인사를 전하는 등 개개인의 작은 실천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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