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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병원 배양규 원장(비뇨기과 전문의)이 배뇨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치료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동장군이 위세를 떨치는 겨울철에는 혈관과 근육이 수축해 화장실에 자주 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단순히 수분 흡수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뒤늦게 배뇨장애로 고생할 수 있다. 특히 겨울철 소변을 보는 횟수가 늘어났다면 비뇨 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방금 화장실을 다녀와 소변이 많이 차지 않았는데도 참지 못해 이내 볼일을 보게 되는 것은 '과민성 방광'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일반인은 소변이 마려워도 300~500ml의 소변이 방광에 모일 때까지 참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과민성 방광 질환을 앓고 있다면 조금만 소변이 차면 곧 나올 것 같은 충동에 사로잡혀 화장실에 가게 된다. 심하면 잠자리에서도 소변이 계속 마려워 잠을 설칠 수도 있다. 평소 배뇨장애가 있었던 이들은 추운 겨울은 말 못할 고통을 주는 이 같은 질환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이에 울산 제일병원 비뇨기과 배영규 병원장으로 부터 겨울철 그 증상이 악화되는 배뇨장애 중 대표적인 '과민성 방광'의 치료법과 예방법에 대해 들어본다.


하루 8회 이상 소변 본다면 의심
여성·고령일수록 발병률 더 높아
약물·자가방광훈련 치료에 도움
치료 호전 없다면 정밀진단 필요



# 겨울철 대표 배뇨장애
과민성 방광은 추운 겨울철 움츠러진 몸만큼이나 배뇨까지 불편하게 하는 배뇨장애의 대표적 질환이다.
 과민성 방광 증상은 급성방광염과 매우 유사하나 실제 소변에 염증이나 세균은 검출되지 않는 상태로 빈뇨, 절박뇨, 절박요실금이 주된 증상이며, 야간빈뇨를 동반한다.
 날이 추워지면 소변을 일시적으로 전혀 못 보는 급성 요폐 역시 흔히 발생하는데, 이는 우리 몸이 추위에 노출되면 근육이 긴장하게 되기 때문이다.


 과민성 방광은 특히 여성에서 더 잘 나타나며, 생명을 위협할 질환으로 보긴 어려우나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려 사회 생활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소변을 참을 수 없어 소변 횟수가 잦아지면서 수면 부족과 업무 능력 저하가 초래될 수 있고, 정신적으로는 우울증과 수치심을 유발해 대인관계 기피 등 다양한 형태로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배뇨장애 학회에 따르면 과민성 방광의 발병률을 살펴보면 여성과 고령층이 높은 상태다.
 우리나라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설문조사에서 전국민의 12.2%가 과민성 방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성(18.4%)이 남성(11.2%)보다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연령이 높을수록 과민성 방광 질환을 가지는 비율이 높다.
 과민성 방광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명확하지는 않다. 방광을 수축하는 배뇨근의 장애나 배뇨근을 지배하는 신경계통의 장애가 주된 원인이지만, 배뇨근을 과민하게 자극할 수 있는 요로감염, 식품, 약물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호르몬 결핍, 약물 부작용 등과 함께 불안 장애,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 문제도 원인으로 꼽힌다.
 배영규 병원장은 "특히 방광의 배뇨근이나 요도 괄약근이 수축하게 되면 소변욕구도 자주 느끼면서 배뇨도 시원치 않게 되는데 추위에 의한 심리적인 위축도 빈뇨나 급박뇨의 주요한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 정신적 문제로도 나타날 수 있어
과민성 방광 질환의 검사는 비교적 간단하다.
 먼저 설문지를 이용해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되었는지', '배뇨의 빈도, 절박뇨의 정도, 패드의 사용 유무' 등을 파악해 배뇨장애의 정도와 증상을 진단하게 된다.
 방광의 염증 여부를 알기 위해 요검사를 동반하며, 방광에 남아 있는 소변의 양이나 방광의 상태, 암이나 결석의 유무를 알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함께 하기도 한다.
 배 병원장은 "방광내시경검사나 요역동학검사 등이 있으나 보통 간단한 검사로도 충분하다"며 "하지만 원인 검사에서 특별한 기질적, 신체적 원인을 찾을 수 없다면 정신건강의학적, 심리적 문제를 의심해 볼 필요도 있다. 그 만큼 과민성 방광 환자는 정신 건강에 대한 고려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과민성 방광의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요검사 등에서 요로감염이나 다른 원인 질환이 없다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확인되면 약물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배 병원장은 "과거에는 과민성 방광의 진단 자체도 애매할 뿐 아니라 뚜렷한 치료 약물이 없었지만, 현재는 부작용도 적고 복용하기도 편리한 약들이 많다"며 "약물 반응이 적을 때는 방광배뇨근이 너무 과민하게 반응 하지 않도록 전기자극이나 전자기장으로 주기적인 자극 치료를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특히 본인 스스로 할 수 있는 방광 훈련을 통한 치료도 중요하다.
 우선 본인의 배뇨상태 파악하기 위해 배뇨일지를 3일 정도 기록해서 상태를 파악한 후 화장실에 가고 싶은 기분이 들어도 참아내는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단계별로 하는 것이 좋은데 1~2주에 30분씩 늘려서 가는 것이 좋다.
 골반저근운동도 치료에 도움을 준다. 이는 요도를 수축시키는 힘을 단련하는 것으로, 등을 대고 누워 다리를 가볍게 벌리고 무릎을 굽힌 자세에서 질과 항문을 조이고 이완하는 동작을 되풀이 하는 것인데 케겔운동과 비슷하다.
 
#  예방법 및 유의사항
과민성 방광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술, 커피, 차, 등 카페인이 많이 함유된 식품은 줄이는 것이 좋다.
 또 지나친 수분의 섭취도 피하는 것도 필요하며, 하반신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도 편안한 배뇨에 도움이 된다.
 배 병원장은 "평소 배뇨장애가 있는 분들은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가는 것도 좋지 않지만, 소변을 너무 오래 참는 것도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비나 비만은 과민성 방광이나 복압성 요실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과민성 방광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 가이드와 식이요법을 준수한다면 발생 및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배뇨장애 증상이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고 지나치게 오래 지속된다면 구체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은 과민성 방광의 한 증상으로 간주하고 특별한 검사 없이 지나치게 되는데, 드물지 않게 방광암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방광암은 특별한 배뇨 장애증상이 없이 혈뇨만 있는 것이 특징이다보니 쉽게 간과할 수 있다. 보통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를 쉽게 진단할 수 있지만, 혈뇨없이 빈뇨나 절박뇨가 동반된 표재성 방광암의 경우는 초음파 검사에서도 종물이 보이지 않아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
 배 병원장은 "이런 경우에는 반드시 방광내시경을 실시하고, 의심이 되는 부위가 있으면 조직 검사를 해야 진단이 가능하다"며 "따라서 배뇨장애 증상만 있더라도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고 오래 지속된다면 반드시 정밀검사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리=이동욱기자 usldu@ulsanpres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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