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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아침, 이마에 차게 부딪히는 서설(瑞雪)이 내린 눈밭을 마주한 느낌이다.

 새해라고 신제품의 해가 뜰 리도 만무하건만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내며 새해에는 우리 마음도 한층 새로워 졌으면 한다. 날마다 떠오르는 해돋이건만 우리들의 마음이 새로워지면 곧 새해 아닌가 싶기도 하다.

 2016년 1월 1일 해돋이를 보기위해 바닷가에 모인 수많은 인파속에 서서 새해에는 우리의 살림살이도 보다 나아지고 나랏일도 순조롭게 풀리길 간절하게 염원해본다. 이 땅에 발붙이고 살아가는 국민 개개인은 물론 위정자들도 남 탓 나라 탓 하기 앞서 내 탓이요 정신으로, 사사로운 이익에 함몰되지 말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얽히고설킨 난마 같은 정치를 풀어가 주길 갈망한다.

 새해 첫날이면 나는 의식처럼 찬물로 눈을 씻는다. 새로운 것을 보고 싶은 개인적 다짐이다. 마치 신앙처럼 해마다 해오던 통과의례 같은 것이다. 그렇게 새해 새 아침은 내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마치 돌올한 대나무 매듭을 손으로 확인하듯, 세상을 위해 아무 것도 기여한 바 없이 이제 받을 만큼 받고 살았으니 내가 얻어 가진 것을 나눌 줄 알며 살겠다는 넉넉한 결의도 가져보는 새 아침이다.

 삭막한 계절을 지나 봄풀이 세상을 온통 연초록으로 물들이는 데 미력이나마 보태며 살겠다는 결의도 가져보는 새해 아침이다. 눈물 너머로 바라보면 세상은 얼마나 눈물겹고 감사로운가. 속뜻도 보다 넓고 크게 가져본다.

 일찍이 중국의 시성 두보(杜甫)는 일월(해와 달)이 새장 속의 새에 불과하고, 천지(하늘과 땅)는 물 위에 뜬 부평초에 불과하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마음을 야박하고 강파르게 쓰지 않겠다고도 다짐한다. 물질에 구애됨이 없이 살겠다는 의지도 청대처럼 굳게 세워본다.

 마음쓰기 나름 아니던가. 마음으로 세상을 품기도 좁기로 말하자면 이쑤시게 하나 틀어박지 못하는 것이니 눈앞의 잇속에만 아옹다옹하지 말고 보다 넓고 크게 가져볼 요량이다.

 한탕이니 대박이니 하지만 뿌린 대로 거두는 것. 내가 씨앗을 뿌리고, 내가 자라게 하고, 내가 열매 맺게 하는 수고로움을 마음 안자락에 두고자 한다. 혹여 불로소득에 혹해서 낭패를 겪고 실패로 낙담하는 일없이 소박함을 생활의 근간으로 살아갈 일이다.

 탄허 스님이 쓴 글귀 중에 "텅 빈 방(마음)에서 흰 빛(광명)이 나오는 것은 밖에서 얻은 것이 아니요, 집안 가득 봄기운은 하늘로부터 온 것이 아니다"란 말이 있다. 일체는 유심조, 모든 것은 마음에서 지어지고 허무는 것이란 심오함도 염두에 두고 살기로 한다.

 그동안 얼마나 협량하게 살아 왔던가. 미소를 잃고 자물통처럼 벽돌처럼, 새해는 달라져야겠다. 내가 마음의 경계를 탁 틀 때 거기 행복과 여유를 한껏 담을 수 있지 않겠는가. 마치 향기 머금은 모과처럼. 두레박 가득 넘치는 우물물처럼, 잘 부풀어 올라 발효된 빵처럼, 차오르는 달처럼, 거짓 없는 순수한 마음가짐을 생각한다.
 새해에는 오솔길을 많이 걸을 계획이다. 공학적 직선의 도로에는 생각이 숙변처럼 머물 틈이 없다. 들어오기 바쁘게 빠져 나간다. 여기 더해서 꼿꼿한 것을 버리고 구부러짐을 얻으려 함은 무엇 때문인가. 순순함과 온화함과 부드러움을 얻기 위함이다.

 또한 내 입에서 거친 말이 내뱉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거친 말을 '발 씻은 대야의 물'에 비유해 입을 지키라고 한 이는 석가모니였다. 좋은 말을 고요하게 울리는 놋 종처럼, 목탁을 두들기듯 마음 안을 맑게 하기를 애쓰겠다.
 이 아침, 울산신문 독자들의 마음속에도 서광이 가득 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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