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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사람을 만나면 덕담을 주고 받는다. "복 많이 받으세요,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한 해 되세요." 덕담을 주는 사람도 좋고 받는 사람도 좋으니 기분 좋은 일이다.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 행복은 우리의 삶, 작은 일상 속에 있다. 우리 몸에는 행복할 때 나오는 두 가지 호르몬이 있다. 도파민과 세로토닌 호르몬이다. 도파민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 우리 몸에서 나오고, 세로토닌은 남에게 베풀 때 나오는 호르몬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목표를 정해 놓고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한다.

 내 주위에도 도파민의 중독자들이 많다. 목표 달성을 위해 질주하고 목표에 도달했을 때 도파민이 많이 나와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이다. 도파민 행복이 충만해 느끼는 행복은 자신과 가족이 행복할 뿐일 것이다. 그러나 세로토닌 호르몬이 충만해 느끼는 행복은 자신은 물론 이웃과 그 내용을 듣는 모든 사람이 함께 느끼는 행복이다.

 며칠 전  저녁 뉴스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84세의 할머니가 폐휴지를 주워 모은 돈으로 연말에 가래떡을 만들어 1㎏씩 100가구에 나누어 주었고, 모은 돈 100만 원을 기탁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보고 듣는 우리도 기분이 좋았다.

 할머니의 선행은 받은 사람만이 행복한 것이 아니고 뉴스를 본 모든 사람에게 기분 좋은 행복을 안겨 주었고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이웃에게 베푸는 삶을 산 할머니는 그로 인해 몸과 마음이 건강해 오래 사실 것이고 치매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는 옆집에도 그런 할머니가 계신다. 여든살이 다 되어 가는데 아들, 딸한테 가지 않고 혼자 사신다. 봄, 여름, 가을, 밭을 놀리지 않고 가꾸신다. 마늘, 감자 고구마, 고추, 상추, 콩…. 심지 않는 것이 없다. 할머니는 드시지도 않으면서 쉼 없이 심고 거두어 남을 주신다. 아들, 딸에게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비닐봉지에 담아 우리 집 담 너머로 던져주신다. 나는 상추를 심지 않고도 때마다 싱싱한 상추를 먹고, 배추나 무 한 포기 심지 않아도 우리 집엔 무 배추가 늘 있다.

 김장하실 땐 아예 김치 통을 가져오라고 하신다. 100포기쯤 김장을 해서 아들, 딸은 물론이며 젊은 동생, 시누이까지 다 주신다. 거들 던 딸이 속상해서 한마디 하면 할머니 말씀이 걸작이다. "있는 배추, 있는 고춧가루에 아직은 일할 만해서 하는데 너들이 무슨 상관이냐? 나는 이렇게 만들어 나누어 주는 게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진 내가 할 거니까 아무 말 말아라."

 이뿐만이 아니다. 일 년에 그 많은 기제사를 혼자 다 장만하시고 동짓날 팥죽 수는 것도 잊지 않고 아침 일찍 전화를 하신다. "대문 좀 열어 보소." 커다란 양 푼에 팥죽을 한가득 담아 들고 계신다. 그저 미안하고 황송할 뿐이다. 나도 그냥 받아먹기만 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아파트 아닌 주택에 살아서 일이 많다고 불평, 불만을 늘어놓지 못한다. 우리 뒷집엔 50대 부부가 산다. 만날 수가 없다. 길에서 만나 물었다. "몇 시에 집에 오세요?" "몇 시? 해 뜨면 나가고 해 지면 들어오지요."  팔목에 찰 시계가 필요하지도 않다. 우리 동네는 구멍가게 하나가 없다. 이곳에 이사 온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김장도, 팥죽도 쑬 줄 모르는 도시 사람이다. 그러나 주위 분들이 베푸는 세로토닌 호르몬으로 인해서 나는 더 없이 행복하다.

 올해는 나도 작은 것이라도 베푸는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도록 해야겠다. 나뿐만 아니고 누구나 세로토닌 호르몬으로 충만한 한 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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