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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따따따따~!" 이건 무슨 벨소리지? 내 휴대폰을 봤더니, 따로 지정한 벨소리의 주인공은 큰 아이 담임선생님. 아,  올 것이 왔구나…
 "어머니, 현서가 또 친구를 괴롭혔네요. 아휴. 현서는 사랑이 부족한 것 같네요" 선생님의 전화에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 담임선생님의 '또'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속에서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올해 입학하고 벌써 몇 번째 전화인지 모른다. 휴대폰 발신인이 담임선생님으로 나타나면 심장이 벌렁거려 무서울 지경이다.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 녀석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이번엔 크게 혼내야겠어!'
 나름대로 책도 읽고 교육도 받으러 다니면서 온갖 정성을 다 쏟았는데도 이 녀석은 도무지 내말을 듣지 않고 청개구리처럼 내 속을 뒤집는다.
 내가 영재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게 자라길 바라건만, 늘 무뚝뚝한 표정으로 집에선 동생을 때리고 학교에선 친구들을 괴롭히는 통에 매일 전쟁 같은 생활이다.
 큰아이를 다그치고 벌을 세워도 화가 가라앉지 않아 빗자루를 들었다.
 속상한 마음에 매주 만나는 책모임 언니들을 붙잡고 하소연을 했다.

 그 중 한분이 학부모지원센터의 프로그램 중 개인상담이 있다며 받아보란다.
 상담비도 없이 학부모면 신청가능하다니 나로선 아주 반가운 정보였다. 당장 오늘이라도 숨통이 트이고 싶어서 나는 전화를 걸어 학부모지원센터의 프로그램 중 개인 상담을 신청했다. 상담 선생님과 시간 약속을 정하고 약속된 날까지 기다리는 데 마음이 갈팡질팡 망설여지기도 했었다.
 처음 받는 상담이라 긴장도 되고 두렵기도 했지만, 지금이 이 녀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에 용기를 내서 찾아갔다.
 상담선생님과 상담시간 동안 나는 힘들게 노력하며 사는데 가족들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눈물, 콧물 범벅으로 내 이야기를 쏟아냈었다. 상담선생님이 내 이야기를 오롯이 들어주고 응원해주니 다음 상담시간이 기다려지고 상담을 가지 못할 때엔 조바심도 났었다. 상담선생님으로 인해 나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처럼 크게 느낀 적은 처음인 것 같았다.

 상담을 받으면서 아이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내가 아이를 바라보고 대하는 태도가 문제라는 것을 나 스스로 인정하게 되었다. 난 단지 우리 엄마가 날 키운 것처럼 키우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는데… 어긋난 내 사랑이 아이를 힘들게 만들었다니. 가슴이 찢어지듯 아픈 시간을 상담선생님과 함께여서 버틸 수 있었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아이가 웃기 시작하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행동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동생을 괴롭힐 때도 종종 있지만 장난감을 빌려줄 때도 있고, 울면 안아주는 등 배려하는 행동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무엇보다도 내 마음이 그 전처럼 곧 터질 것 같은 활화산처럼 화가 치밀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인 상담을 종결하면서 불안해하는 나에게 집단 상담을 권해 주셨다. 집단 상담은 상담선생님을 리더로 해서 자녀양육에 대한 어려움과 스트레스를 함께 신청한 어머니들과 나누며 때로는 서로를 위로하기도 하고 때로는 모르고 있었던 자신을 찾기도 하면서 함께 힘을 얻어 새로운 방법을 배워가는 집단 형태의 상담이다. 집단 상담에서는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었다. 일상생활에서 자녀양육이 너무 힘들다고 느껴질 때 함께 했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힘을 내곤 한다.

 상담을 받고 난 후 나 자신에 대해 알고 이해하게 되면서 우리가족은 훨씬 편안해졌다. 그렇다고 지금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전과 달리 우리는 서로를 돕기 위해 힘을 합칠 수 있다. 지금 나는 아이를 때릴 때 사용한 빗자루를 아이들이 원할 때에 앞에 있는 장애물을 함께 쓸어주고 도와주는 빗자루 맘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내 마음이 건강할 때, 건강한 눈으로 아이를 볼 수 있고 아이들은 자유로울 수 있다.

 학부모지원센터의 상담 프로그램을 알게 된 것이 나에게는 커다란 행운이었다.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상담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져서 비싼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상담을 받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울산학부모지원센터는 울산광역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무료 상담 프로그램으로 개인상담과 집단상담을 운영하고 있다. 자녀를 양육한 경험과 생생한 상담현장에서 경험한 노하우를 가진 상담사들이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겪는 다양한 스트레스와 풀리지 않는 숙제처럼 느껴지는 아이와의 전쟁을 함께 해결해가기 위해 울산 지역의 학부모들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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