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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헌산 서봉에서 바라본 가지산, 상운산, 문복산.


고헌산과 백운산은 낙동정맥의 한 구간(25구간)으로 경주 단석산에서 이어져오는 산줄기다. 예로부터 고헌산은 언양현의 진산(鎭山)으로 불려져왔다. 동국여지승람 언양현 산천조(山川條)에 "고헌산은 고을 북쪽 10리에 있는데 진산이다(高窟山在縣北十里鎭山)"고 했다. '고함산' 또는 '고디기'란 별칭도 있다. 또한 소가 드러누운 형상을 하고 있다하여 와우산이라고도 부르고 경주산내사람들은 고함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산의 남쪽으로 구량천이 흘러 태화강(太和江)의 지류를 이루고, 북쪽 기슭에서 밀양강(密陽江)의 상류인 동창천(東倉川)이 발원지다.


단석산 이어져 오는 낙동정맥 한 구간
고헌산 남쪽 구량천 태화강 지류 이뤄
서봉·동봉과 함께 더없이 멋진 풍광


# 경주시 경계지점 외항재에서 출발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과 경상북도 경주시의 경계지점인 외항재에서 출발해 고헌산 서봉과 동봉을 거쳐 백운산과 삼강봉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소개한다. 또한 이 지점은 울산광역시와 경주시의 경계가 되는 곳으로 낙동정맥의 한 구간 종주 코스로도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고헌산을 가장 가깝게 오르는 산행들머리는 외항재에서 시작된다. 길 건너 왼쪽 시멘트벽을 넘으면 산길이 보이고 많은 시그널이 걸려있어 이곳이 고헌산을 오르는 초입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한적한 길을 10여분간 오르다보면 차츰 등로는 비탈길로 접어든다. 한 시간 가량 가파른 비탈길과 너덜 길을 번갈아 오른다. 조금 뒤 고헌산이 눈앞에 보이고, 뒤를 잠시 돌아보면 학대산과 문복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문복산 정상부의 드린바위 일대도 쉽게 조망된다. 또한 문복산에서 서담골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한일자(一)로 길게 이어지고, 발아래로는 조금 전 올랐던 외항재 능선 맞은편 불송골봉(727m)의 짧은 단 맥과 그 너머로 문복산과 산내면 대현리마을과 오른쪽으로 백운산도 조망된다.

# 고헌산 보다 1m 더 높은 서봉
돌탑지대를 지나 고헌산 서봉(1,035m)에 도착한다. (서봉을 오르지 않고 좌측으로 고헌산 주봉으로 갈수도 있다.) 등산을 시작한 뒤 약 1시간 10여분 가량 걸린 셈이다.
 이 곳 서봉의 높이는 1,035m로 형격인 고헌산보다 1m가량 더 높은 셈이다. 하지만 산정에는 방화선을 만든다고 산길을 다져 부서진 바위조각 말고는 이렇다 할 아무것도 없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서봉앞 암릉이 천혜의 조망처이다. 발아래에는 고헌산 정상과 서봉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대통골과 곰지골을 이루고 그 사이로 신기리와 궁근정리의 풍경이 이어지고 영남알프스의 다른 준령인 신불산과 간월산, 그 앞으로 배내봉과 가메봉, 밝얼산, 오두산, 송곳산 마루금이 한 눈에 들어온다.
 또한 건너편에 위치한 문복산과 도수골만디(서담골봉), 대부산(조래봉)까지 한 눈에 조망된다. 그리고 아래쪽 맞은편 우뚝 솟은 봉우리가 불송골봉이고, 우측 뒤편으로는 건천, OK목장과 방주교회, 단석산까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24번 국도가 지나가는 가지산 터널로 향하는 곡선길과 덕현천이 길게 이어진다. 돌리려는 발걸음을 못내 아쉬워하며 다시 한 번 운문령에서 이어지는 상운산과 가지산 풍경을 한 번 더 그려보면서 고헌산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고헌산 서봉에서 주봉인 고헌산(1,033m)까지는 약 0.5㎞ 정도로 10여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데, 군데군데 걷기가 편하게 나무로 만든 갑판이 조성돼 있어 걷기가 참 편하다. 조금 뒤 고헌산 정상(중봉)에 오른다.
 정상석에는 새로 만든 정상석과 1개의 케른(cairn)이 있다. 이 곳 역시 영남알프스의 다른 산처럼 정상석을 바꿔 놓았다. 행정단국의 획일적 행정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하지만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산꼭대기에 있는 정상석을 모두 바꿔야 했을까? 이유야 있겠지만 추억의 아름답던 정상석과 표지석들을 모두 없애버리고, 많은 돈을 들어가며 육중한 대리석으로 산 정상석들을 모두 바꿔야만 할까? 오늘따라 말없는 저 고헌산이 원망스럽게 느껴진다.      


▲ 고헌산 서봉에서 동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정상에서면 오른쪽으로는 영남알프스의 주봉인 가지산과 운문산이 그 자태를 드러내고 서봉으로 이어지는 등로는 더없이 아름답고 호젓해 보인다. 또한 운문령에서 이어지는 상운산과 가지산 풍경을 한 번 더 그려본 뒤 고헌산 정상부 우측으로 문수산과 남암산이 확인되는 것을 카메라에 담은 후 동봉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잠시 진행하면 산불감시초소와 삼각점 안내판이 위치한 고헌동봉(1,034m)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고헌산 정상에서 동봉까지는 5분 거리에 있다) 또한 동봉(1,034m)에는 기존 산불감시초소와는 별도로 최근에 설치된 무인 산불감시 카메라도 새로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 하산길을 자유로이 택할 수도 있다. 오른쪽으로는 고헌사(卍)방면이나 두서면 차리 방면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이고, 왼쪽은 낙동정맥이 이어져오는 소호고개 백운산, 삼강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이다. (이곳에서 소호령-1.7㎞, 고헌산정상-0.3㎞, 외항재-3.3㎞이다)
 빈 감시초소만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는 초소를 뒤로하고 소호령 방향으로 내려서면, 최근에 설치된 조망터(데크)가 있다. 이곳에 도착하면 동쪽으로는 두서면 쪽의 마병산, 용암산, 아미산, 천마산 등이 가까이 다가오고, 발아래 소호마을의 형성모습과 북쪽으로는 백운산 줄기가 일자(一)로 길게 이어진다. 이곳을 지나면 바위와 함께 속살이 드러나 있는 방화선길, 급경사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너덜길이 연속으로 이어지고 봄철이면 질퍽거림이 엄청 심한 구간이기도 하다. 언젠가는 산불 저지선(防火線) 만든다고 산 능선을 모두 파헤쳐 버리더니 근래 와서는 복원한다고 돈까지 들여서 이런 짓거리까지 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행정당국의 무분별한 탁상행정 탓이라 생각이 든다.
 하루빨리 고헌산-백운산의 등산로가 예전처럼 복원돼 지기를 바라면서 소호령(蘇湖嶺)으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재촉한다. 소호령에서 왼쪽으로 소호마을로 내려가는 하산길도 열려 있다. (소호리-3.0㎞, 외항재-5.0㎞, 고헌산정상-2.0㎞)
 소호령은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와 두서면 차리 마을로 넘나드는 고갯마루로 예전에는 이 고개를 넘어 서로 왕래했고, 삶의 터전으로 생각하며 넘나들었던 애환이 서려있던 고갯길이었을 것이다. 소호령 왼쪽에 개간된 고랭지 채소밭을 지나 황량한 산불 저지선(防火線) 지대를 통과하면 삼각점 692.7m에 도착한다.  다음주에 계속
 산악인·중앙농협 신복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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