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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의 계절이다. 그리고 여론조사의 계절이기도 하다. 하루에도 여러번 여론조사 문자나 전화를 받는다. 대부분 수신거부하거나 귀찮아 끊어버린다. 어느 지역의 예비후보가 자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보고서를 본 적이 있는데 지역구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률 10%라고 돼 있었다.

 응답률 10%의 의미는 무엇인가?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를 걸어 10%인 100명에게 응답을 받았다는 뜻인가? 간단히 말하면, 1,000명의 응답을 받기 위해 모두 1만 명에게 조사를 시도해 이 중 10%인 1,000명에게 응답을 받았다는 의미이다.

 이론적으로 1,000번의 전화를 걸어 이들 모두에게 응답을 받으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1,000개보다 훨씬 많은 번호를 조사하게 되는 것이 여론조사이다. 전화를 건다고 모두가 응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집 전화가 있고 휴대전화가 있고 착신전환이 있다. 또 조사 거절이 있다. 바쁘거나 말하기 싫다거나 보이스피싱으로 오해해 거절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르는 번호는 무조건 거부하거나 일부러 안 받는 경우 등 사유도 많다.

 집 전화로만 하는 여론조사는 더욱 그러하다. 또 끝까지 응하지 않고 중간에 끊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이유 때문에 1,000명의 응답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많은 전화번호를 추출해 통화를 시도하고 1,000명의 응답자가 될 때까지 계속 새로운 번호로 걸었다는 의미다. 선거여론조사의 응답률은 '설문 응답의 협조율'이란 의미로 '선거여론조사 응답률(%)= 응답 완료된 개수 / 응답 완료된 개수+거절 및 중도 이탈된 개수'를 대입한 공식으로 계산한다.

    의문은 또 있다. 응답률 10%는 높은 것인가? 신뢰할만한 결과인가? 통계학적으로 최상의 응답률은 100%가 가장 좋다고 본다. 처음 추출한 표본에서 조사를 완료했으니 표본의 대표성도 충분하다. 반면에 거절이나 중도 이탈자가 많아 응답률이 낮을 경우 응답자 1,000명은 모집단을 대표하지 못하는 것이고 표본의 대표성도 의심스럽고 조사 결과는 실제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응답률 30% 미만은 발표하지 않는다는 것을 참고할 만하다. 응답률이 낮으면 신뢰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뜻이다. 신뢰는 여론조사의 가장 중요한 생명이다. 여론조사를 읽는데 주의할 점 가운데 하나로 표본오차가 있다. 후보자 지지도 조사는 유권자 전부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를 표본 추출해서 통계학적으로 전체 유권자의 의견을 추측해 가는 것으로 전체 의견과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차이의 정도를 수치로 표시한 것이 표본오차이다. '95% 신뢰수준에서 최대 표본오차는 ±3%'란 말은 A 후보의 지지율 40%는 ±3%라는 표본오차를 감안할 때 37%에서 43% 사이에 있을 확률이 95%라는 것이다. 이는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100번을 조사해도 매번 95번은 똑같이 나온다는 뜻이다. 그러니 표본오차 범위 안의 격차는 같은 지지도로 해석해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대형 언론사들은 전문 여론조사기관과 공동으로 조사를 하거나, 아예 여론조사 전문기자를 배치해 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지역언론은 전혀 그런 보완이 없이 후보가 제공하는 보도자료에만 의존한다. 그러니 기사화 과정에서 선정성이 개입되고 통계적으로 엄밀한 해석은커녕 작위적인 보도나 엉터리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언론의 보도는 이러한 여론조사의 함정과 한계점을 설명해 주지 않고 단순히 지지율만 부각해서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기도 해 오해와 불신, 음모론에 시달리는 경우다 많다. 우리나라 공직선거법에는 여론조사 공표요건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언론은 여론조사 보도를 할 때 이 기준만 제대로 지켜도 독자들의 혼란이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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