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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SNS에서 한국 길거리에 버려지는 물건들을 보며 컬쳐 쇼크를 받은 일본인의 이야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것은 한 눈에 봐도 장인정신이 뚝뚝 묻어나는 유려하고 담백한 화사함으로 도배된, 자개장을 길바닥에 내동댕이쳐놓은 현실을 보며, 일본인은 자신의 SNS에 '무언가 대단한 것이 버려져 있다'는 코멘트를 달았다.

 대한적십자사는 고종황제가 청일전쟁이 발발하고 피로 물들은 대한제국의 땅에서 어떠한 정치와 조건을 따지지 않고 '백성을 살피라는' 뜻으로 1905년 10월 27일 '대한적십자규칙'이 최초 공포되어 설립되었다.
 이윽고 1919년 7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의해 대한적십자회가 발족된 이래 대한적십자사는 대한민국의 전쟁과 재난과 아픔, 그리고 희망과 열정의 111주년 역사를 같이 해왔다.
 혹자는 대한민국이 대단한 이유가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주는 나라로' 최단기간에 올라선 유일무일한 국가라고 칭송한다. 또한 기부단체에서도 기부자가 제3국가에 눈을 돌리도록 유도하고 있는 형국인 것 같다.

 금수저, 흙수저의 신드롬이 왜 일어났을지 우리 스스로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것은 어떠한가. 서서히 세대 간, 계층 간의 좁힐 수 없는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우리 국민 스스로 체감하고 이에 대한 반기를 드는 방증이 아닐까. 아직 우리 대한민국, 울산에도 '삶이 공포영화'인 어려운 이웃들이 많다.
 국제적십자운동 7대 원칙(인도주의, 공평, 중립, 독립, 자발적봉사, 단일, 보편)을 기본으로 각 나라에 1개씩만 존재한다는 원칙하에 현재까지 총190개국의 적십자사가 설립되었고, 대한적십자사는 정치와 종교, 국적, 인종에 차별 없이 자국민을 위하여 활동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 메르스 발병, 의정부 다세대 주택 화재사건 등 작년은 유독 뼈아픈 사건이 많았다. 이에 대한적십자사의 모든 임직원과 봉사원은 모두 한 마음을 모아 세월호 유가족과 현장을 지켰고, 내수경제가 침체될 정도의 부정적 효과를 가져온 메르스에도 불구하고 취약계층을 찾아다니며 메르스에 대처하는 보건교육을 전달했다.

 국민안전처가 출범하면서 대한적십자사는 국민안전처의 '재난구호책임기관'으로 지정되어 재난에 대비하여 구호물자와 안전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재난(disaster)'이라 함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일어나는 사회적인 문제를 총칭한다. 외국에서는 헤어짐을 love disaster라고도 표현하는 것을 보면 재난이라는 것이 3자가 보기에는 아무렇지 않을지라도 당사자에는 사랑의 아픔 또한 재난으로 본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울산에서의 실제 재난현장은 드물었다. 산업수도인 울산은 한국의 GDP를 갱신하는 데에 일등공신인 지역임에 자부심을 가지는 동시에 경제 침체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곳이라는 빛과 어둠이 공존한다.

 그래서 울산지역의 취약계층과 위기가정을 지원하고 정상화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중이다.
 가장 최근에는 대한민국으로 자유를 찾아서 탈출한 북한이탈 편부가정을 지원했고, 4번의 이혼으로 7명의 자녀가 있지만 자녀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 새 옷 한 벌을 살 수 없는 편모 가정을 도왔다.
 울산에는 420만 세대주와 3만의 개인사업자, 15만의 영리법인, 그리고 1,000여의 비영리 법인 단체가 산재해 있다. 총 440만여 가구가 거주 중인 대형 도시에서 적십자회비로 사랑을 나누어 주신 비율이 60%정도다. 적십자 인도주의 운동이 나와 우리 이웃들을 위하는 것이 되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필요할 것 같다.

 앞서 버려진 자개장을 보며 일본인이 말했던 "무언가 대단한 것이 버려져 있다"는 표현을 상기하여 대한적십자사가 대한민국과 함께했던 유려한 역사와 전통을 다시 한 번 더 돌아보고 지켜나가는 데에 함께 마음을 모아주시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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