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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진은 사회현상이나 사건 등을 기록해 시대성을 반영하고 현실에 충실한 태도가 요구되는 사진 분야다.
 1930년대는 기록성과 사회성의 공론적인 기능을 하다가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등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주장하는 휴먼 다큐멘터리를 이끌면서 공적(객관적)인 사진에서 사적(주관적)인 사진으로 변화하게 된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사회와 문화,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그것들이 잘 반영된 사진들은 역사적 증거와 기록적 가치를 지니는 힘을 갖게 됨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공적인 기록사진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역할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요구된다.
 이는 국가적인 사업이나 자치단체의 필요에 의해 시행되는 주요 사업 등의 정보력을 토대로 향후 변모될 지역사회의 모습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강점이 있기 때문에 공적인 기록사진에 충실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또한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에서 주된 요소와 시점을 잘 파악해 기록해 두는 것은 지역사회의 작은 역사적 자료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울산 동구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유일하게 다큐멘터리 사진을 해마다 제작해 책자로 만들고 전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벌써 6년째로 접어들고 있는데, 사라질 위기에 처한 동구의 모습이나 수많은 시간의 축적과 사람들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과거의 흔적을 찾아 기록하고 있다.
 1970년대에서 시간이 멈춘 '일산진마을'과 반농반어의 작은 어촌마을인 '성끝마을'에 이어 최근에는 동구지역 5곳의 전통시장을 다뤄 30~40여년 동안 시장의 명맥을 이어온 시장 상인과 시장풍경 등을 기록했다.
 '동구의 전통시장 사진전'은 지난 해 4월에 울산문화예술회관과 한마음회관에서 연달아 9일 간의 사진전을 개최했다.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자신들이 겪고 경험한 과거로부터 개인적인 기억과 추억을 떠올리며 반가움과 즐거움, 아련함과 아쉬움으로 사진 너머의 이야기까지 꺼내줬다.
 사진전에는 1,200여 명이 넘는 관람객의 발걸음이 이어져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른 분야의 사진과 달리 작가의 의도를 애써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도 내 삶의 일부인 양 그대로 받아들이는 흡입력과, 같은 시대를 겪고 살아간다는 공통분모와 삶의 밀접한 연관성에서 갖는 동질감으로 인해 공감의 힘을 이끌어 낸 것 같다.

 필자가 던지는 메시지를 제대로 읽은 한 관람객은 '참으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구나' 라는 한마디로 사진 속 인물들의 삶을 그대로 인정해주고, 이들의 미래마저 걱정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사람들이 다큐멘터리 사진을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이유는 우리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와 생활에 밀접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한다.
 사실적 근거와 정확한 정보전달의 역할을 넘어서, 내면에 숨겨진 진실을 알려주고, 당장 벌어지는 현상을 뛰어 넘어 과거로부터 미래에 대한 방향 제시와 문제 해결을 위한 화두를 던져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영원히 존속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충실한 기록이 먼 미래에는 생생하고 뚜렷한 과거를 증명해 보이고, 나아가 미래와 연관된 더 나은 내일을 잇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이 곧 다큐멘터리 사진이 갖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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