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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매서워 겨울인가 싶더니 어느새 입춘이 지났다. 게다가 긴 설 연휴도 끝나 계절은 이제 봄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 끝은 여전히 매섭다.
 이 같은 한기가 느껴지는 건 굳이 날씨 탓만은 아니다. 지난달 23일부터 3일에 걸쳐 제주를 강타한 폭설과 한파로 제주공항에 항공 대란이 발생했다고 떠들썩했으니 정부3.0 업무 담당 부서장으로서 느낀 바가 남다른 때문이다.

 당시 제주공항은 항공편이 전면 취소되면서 10만명에 이르는 관광객들의 발이 꽁꽁 묶였다. 비록 32년만에 내린 폭설이라 해도 이에 대처하는 모습은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공항 이용객들은 차가운 바닥에서 노숙자 아닌 노숙자 신세가 되었는가 하면 급기야 수송작전이 시작되자 대기표를 받으려는 체류객들과 기존 항공편 예약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공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과연 공항의 폭설대응 매뉴얼이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지경이었다. 당연히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관계부처에서 뒤늦게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세운다고 법석을 떨었지만 역시 변한 게 하나도 없다는 점도 그렇다.
 지난 주 인천공항에서 폭발물 의심물체가 발견되었고 이어 밀입국 사태까지 발생했다. 결국 공항보안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셈이었으니 재발방지 종합대책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하다.
 정부3.0 업무 담당 공무원으로서도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적절한 매뉴얼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

 남구청만 해도 중앙부처에서 내려준 지침이나 매뉴얼이 100여 개가 넘는다. 남구청에서 자체 제작하거나 제작 예정인 매뉴얼 또한 그 정도 수치에 이른다. 추측컨대 당시 공항 매뉴얼이 없었다기 보다는 매뉴얼의 활용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는 이유다.
 국정과제로 정부3.0을 추진한지 벌써 4년차다. '정부3.0이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이제 거의 없는 듯하다. 그런데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정부3.0에 대해 신나게 설명하면 "그거 다 하는 거잖아"라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공무원들은 국민을 위한 정부, 맞춤형 서비스, 개방과 공유, 소통과 협력을 위해 진심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국민들은 정부3.0에 대한 친근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동안 정부3.0 매뉴얼을 만들어 왔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활용할 때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물론 업무처리절차와 관련법규, 서식, 사례 등을 모아서 하나의 업무 매뉴얼을 멋지게 만들어서 책자로 인쇄를 해놓았다고 해서 할 일을 다 했다고 여겨선 안 될 것이다.

 담당자는 그 매뉴얼을 항상 들여다보며 숙지하고 또 변경되는 내용이 있으면 그때그때 새로운 정보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후임자와 업무대행자에게도 이런 매뉴얼이 있음을 알리고 공유해야 마땅하다. 그래야 나도 편하고 같이 일하는 직원이나 후임자도 편하기 마련이다.
 그동안 공공 정보를 적극적으로 개방·공유하고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소통·협력하는 분위기를 통해 이제 국민 맞춤형 서비스 과제를 많이 발굴해 놓았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안심 상속 원스톱 서비스, 어린이집 입소 온라인 신청 등 다양한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시책이다. 시민들이 그만큼 편리해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더 편리해질 수 있다. 지금까지 발굴된 정부3.0 시책을 적극 홍보하고 확산하며 계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라고 해서 정권이 바뀌면 흐지부지 되어 버리거나 다른 이름으로 옷을 갈아입어서도 안 된다. 국민을 위한 약속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국민 모두가 행복해 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정부3.0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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