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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을 즈음해 전통적인 제수식품인 튀김·부침가루, 당면 등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한 대형마트가 조사한 결과, 설과 추석 명절 기간에 잡채, 동그랑땡, 모듬전 등 간편 가정식 제수용 음식의 매출은 증가한 반면에, 튀김·부침가루, 고사리, 두부, 당면 등 전통적인 제수 음식 대표 재료 매출은 감소세를 나타냈다.
 식구가 줄면서 명절 음식 뒤처리에 부담을 느끼거나 바쁜 사회생활로 제수 음식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줄면서 간편하게 차례를 준비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는게 업계의 설명이었다.

 말하자면 차례상은 간소하게 준비하는 대신 삼겹살과 회 등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외식 메뉴로 명절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예 차례상을 통째로 주문하는 초간편 사례도 늘고 있다는 뉴스도 새삼스럽지 않은 세상이다.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고속도로 위에서 몇 시간, 고향에 도착해 차례음식 만들기에 몇 시간, 또 다시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일상으로 서둘러 길을 재촉하던 명절의 풍속도.
 고향에 내려가기 위해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에서 몇 시간씩 기다려 올라탄 버스와 기차. 서서가는 고단한 귀성길이지만 고향과 부모님이 기다리고 있어 전혀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명절의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귀성전쟁은 이제 빛바랜 옛날 사진속에만 존재하게 됐다. 뻥뻥 뚫린 고속도로와 KTX 열차를 통해 불과 몇시간이면 고향땅에 다다를 수 있다.

 세월의 변화에 맞춰 부모들이 자식들을 찾아 올라오는 역귀성은 설 신풍속도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무엇보다 가족 단위가 작아지면서 명절 풍속도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명절=가족과 친지들과의 만남' 이라는 공식은 옛말이 된지도 오래다.
 여행사들도 명절 특수를 반영해 군침도는(?) 여행 상품을 내 놓으면서 명절만 되면 각 공항은 가족 여행을 떠나는 가족 여행객들로 그야 말로 북새통을 이룬다. 올해 설 연휴기간 동안 인천국제공항에 사상 최대 인파가 몰렸다지 않은가. 일상의 고단함에서 벗어나 휴가를 즐기거나 자기 투자의 기회를 가지려는 것이다. '명절의 휴가화'인셈이다. 
 또다른 변화는 차례상이다. 수입 과일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사과, 배, 감, 대추, 밤 뿐 아니라 요즘에는 수입 과일인 바나나와 포도, 키위 등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외떡 대신에는 롤케익이나 카스텔라가 차례상에 올라온다.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떡국을 먹고 집안 어른들에게 세배한 뒤 마을을 돌며 어른들에게도 세배를 올리던 미풍양속은 이제 아득한 추억이 되다시피했다.
 설 분위기가 정초 며칠간 계속되던 옛날과 달리 요즘에는 가족끼리만 세배를 하거나 심지어 아예 모이지 않는 집들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설 대표 음식인 동그란 가래떡을 뽑기 위해 방앗간 앞부터 장터 골목을 따라 줄을 서던 어머니들도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기계에서 한 두 가락씩 나오던 모락모락 김나는 가래떡은 먹기 좋고 보관하기 좋게 비닐봉지에 담긴 채 몇 천원씩, 몇 만원씩 팔리고 있다.
 이처럼 세월의 변화에 따라 제사와 차례를 점차 간소화하는 추세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한' 조상과 전통의 의미와 우리의 뿌리 등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지켜야 할 부분이 있다.
 형식은 간소화하되, 내용은 살려야 할 부분이 분명이 존재한다.

 개인적으로는 가족간의 유대와 한 가정이라는 울타리 등을 형성하는 것에 제사가 큰 의미를 준다고 생각한다. 명절이 생겨난 것은 조상에게 감사하는 뜻도 있지만 산 사람이 즐겁자는 게 더 큰 의미 아니겠는가.
 몸은 편해지고 어디든 쉽게 떠날 수 있게 됐지만 가족간의 정겨움은 더욱 그리워지는 설 연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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