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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원도심에서 노면전차를 타고 태화강변에 조성된 '반기문 국화원'에 내려 쾌속정으로 KTX울산역까지 질주한다.

 아파트 관리비는 10원도 들지 않고 염포산터널 통행료는 무료다. 도심 곳곳에는 수십만평의 테마공원이 조성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울산에 생기고 10여곳이 넘는 최첨단 산업단지가 들어선다. 청년에게는 취업활동비가, 노인에게는 기초연금이 수십만원 지급된다. 4·13 총선에 출마하는 예비주자들의 공약 몇 가지만 열거해도 울산은 전 세계에서 가장 살기좋은 '유토피아'가 된다. 최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는 총선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갖는 예비후보들로 북새통이다.

 후보 입장에서는 자신이 인지도를 높이고 관심을 끌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가장 많고 전형적인 것이 공약 쪼개기다. 충분히 기자회견에서 모두 밝힐 수 있는 내용을 쪼개 수차례 발표하는 식이다. 문제는 공약에 대한 진정성이다. 당선만 되면 그만이란 식으로 어떻게 되든 내던지고 보자는 식의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 개발 청사진을 내세우면서 사업비는 국비와 민자유치로 하면 무조건 된다는 식이다. 책임 있는 정당과 총선후보면 예산을 수반하는 공약을 내놓을 때는 재원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게 옳다. 사업 중복성도 문제다. 울산시와 지자체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역 대표를 뽑는다는 점에서 국회의원 입후보자도 지역개발 관련 내용을 공약에서 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각종 지역개발 공약은 시장이나 군수 입후보자의 공약으로 오인될 만큼 흔하다. 총선인지 지방선거인지 헷갈릴 정도다.

 국회의원은 입법기관이다.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는 총론이 아니라 관련법을 개정 또는 제정해 지역의 어떤 정책과 개발을 위해 힘을 쏟겠다는 구체적인 각론이 제시돼야 한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제19대 국회의원의 총선공약을 분석한 결과 완료된 공약은 51.24%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공약 이행률이 낮은 것은 불가능한 공약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희망 고문'도 엄연히 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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