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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건축법 제1조에는 '건축물의 대지, 구조, 설비 기준 및 용도 등을 정하여 건축물의 안전, 기능, 환경 및 미관을 향상시킴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을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는 건물에 사회성과 공공성을 더해 공공복리에 부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건축법 1조에는 인간이 지난 오랜 기간 자연을 변화시켜온 물질적·정신적 과정의 산물인 '문화'에 대한 이념은 빠져있다.

 반면 프랑스의 공공건축법 제1조는 '건축은 문화의 한 표현이다'로 시작한다.
 우리나라와 건축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다르다.
 이 때문인지 프랑스의 건축물들은 오랜 역사와 전통의 토대 위에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전 세계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결국 건축물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을 담아내야 하는 그릇과도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든다.
 문화재청이 최근 지역실정에 맞게 건립계획을 제안하면서 문화재 보호 명분만을 내세워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에 발목을 잡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결국 이는 논란이 되고 있는 시립미술관 건립예정부지인 옛 울산초등학교 자리에서 발굴된 울산객사를 보호하고 중구 원도심 발전을 위한 상생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울산시는 지금까지도 사전적 의미의 시립미술관 건립에만 초점을 맞춘 채 입지 재선정을 고려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부지를 옮겨 크고 웅장한 미술관을 지었다 한들 그 내부를 무엇으로 채울지, 과연 현재 울산이 지닌 미술 인프라만으로 가능할지, 운영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확보는 가능할지 등의 의문점이 여전히 든다.
 특히 미술관을 통해 도시 전체의 문화적 소양을 높이고자 한다면 크고 멋진 미술관이 아닌 문턱을 낮춘, 시민들이 자주 찾는 친근하고 즐거운 공간으로 탄생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선 동떨어진 공간이 아닌 늘 사람들로 붐비고 쉽게 찾을 수 있는 원도심이 제격이다.
 시립미술관 건립예정지 부지에서 발굴된 조선시대 객사에 대한 복원 역시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렇다면 울산시의 고민은 단순히 건립부지 이전이 아닌 복원된 유적과 새로 지을 미술관을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미술관 건립에 공공복리는 물론 '문화'를 담으려는 노력도 필요한 것이다.
 이는 사라지는 우리 것의 보호라는 명분도 있지만 향후 훌륭한 관광자원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시립미술관의 건립 규모를 조금 줄이더라도 현 북정공원과 중부도서관, 그리고 울산객사 터 발굴 부지를 모두 활용시키는 방안을 보다 심도 깊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복원된 객사를 미술관과 함께 어떻게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지금부터 지역사회와 함께 머리를 맞대 고민해 봐야할 문제다.

 법에 명시된 기준과 사전적 의미의 미술관만을 고집하기에 앞서 전통과 현대, 사람과 예술, 과거와 미래의 공존이야말로 공공건축물이 담아내야 할 진정한 이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디 시립미술관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찾을 수 있도록 울산시가 혜안을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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