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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십여년전 국보 천전리 각석에도 슈미트 해머 타격이 이뤄진 사실을 보도했다. 연구에 참여한 독일 학자들은 십센치 길이의 암각화 일부도 두 군데나 떼내 샘플링했다. 명백한 문화재 훼손인 것이다.

 보도가 알려지자, 연구자들은 물론 문화재를 아끼는 시민들도 이런일이 재발되선 안 된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천전리 각석은 1970년 12월 국내 최초로 발견, 보고된 신비의 암각화다. 동물과 사람, 기하학무늬, 1,000자에 이르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지금은 반구대 암각화에 비해 덜 조명되지만, 발견 당시만 해도 신라시대 명문 덕에 오히려 중요성을 더 인정받았다. 국보 지정도 더 빨랐다. 눈 앞에서 볼 수 있단 점에서 제대로 보기 힘든 반구대 암각화보다 오히려 국민의 문화유산 향유 측면에선 더 가치있다 평가된다.

 그러나 발견 당시 흥분에 비해 지난 40년간 연구는 기초적인 해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그동안 연구가 전문분야에 따라 각기 진행된 게 많았고, 제대로 기본자료를 축적하지 못한데서 찾는다. 다행히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는 2014년 정확한 실측보고서를 냈다. 지난주엔 서울에서 각석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도 열었다. 늦었지만 학계는 물론 시민들도 참 반가워 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훼손에 있어선 안심할 수가 없다. 한 여성 사진가는 10년전 찍은 사진과 요즘 상태를 보면 확실히 무늬가 희미해진 게 많고 잔금이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CCTV도 설치하고 경보기도 달았지만, 아직도 비나 바닥, 절리면에서 올라오는 습기나 토양수, 암반에 뿌리를 내린 나무 등엔 속수무책이다. 물론 성급한 보존대책을 세우는 것은 과거 전철을 밟는 일이 될 수 있다. 문화재 보호를 위한 꾸준한 상태 측정과 변화하는 보존기술을 반영한 대안 마련에도 늘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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