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사 노동조합이 임단협 공동교섭을 추진하고 노사 현안에 대해 공동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혀 현대차 올 단체교섭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지난 3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통상임금 확대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사용 억제 △총고용 보장요구 등을 골자로 하는 요구안과 투쟁방침을 확정하고 이르면 이번주께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에 공동교섭 요구안을 발송할 예정이다.

 금속노조 방침대로 공동교섭이 성사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대로 진행된다면 금속노조 주요사업장 임단협 개시 시점이 예년보다 1~2개월 앞당겨지게 된다. 공동교섭에는 현대차 노조를 비롯해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로템, 현대케피코 등 10여개 주요 계열사가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노조의 공동교섭 요구방침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그룹사별로 근로조건과 경영실적 등이 상이한 상황에서 공동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잘라 말하고 공동교섭에 참여할 법적 의무나 이유가 없음을 덧부쳤다. 현대차가 공동교섭 거부의사를 명확히 한데다 현대차그룹사도 같은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올 임단협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 노조의 공동교섭 요구방침이 결정되자 노조 내부에서도 "현장정서를 무시한 방침"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현대차 노조의 한 현장조직 길○○는 유인물을 통해 "현대차 노조 특성과 현장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공동교섭은 조합원의 반발만 키울 뿐" 이라고 반발했다.

 또 다른 현장조직 참○○는 "과거 실패경험을 비춰 성과없는 투쟁의 희생양이 되어선 안된다"고 말하고 "현대차가 언제까지 금속노조의 봉이 되어야 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여타 제조직들은 이에 대해 아직 가타부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내심 공동교섭을 반기지 않는다는 반증일 것이라는 게 노조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차 입장에서는 공동교섭, 공동투쟁을 해봐야 딱히 얻을 게 없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과거 경험에서도 그랬듯이 애써 공동교섭, 공동투쟁을 해봐야 남 좋은 일만시켜줄 뿐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현대차지부 입장에서도 겉으로는 공동교섭을 강력히 주장하지만, 내심 게운치 않은 속내를 애써 표정관리하는지도 모른다. 왜? 판을 벌려 놓고 아무런 성과없이 자칫 공동교섭의 파행에 휩싸이게 되면 맏형격인 현대차가 총대를 메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계열사노조에 이끌려가는 형국이 될 것이 뻔하고 화려한 성찬에 중심없는 전략, 조잡한 전술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남 집안일에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언제까지 강성노조의 전근대적이고 구태한 교섭문화가 반복돼야 하는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 현대차그룹 노조는 이번 공동교섭 요구가 조합원의 권익신장과 교섭력 증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모양새는 그와 정 반대다.

 즉, 결사권과 단체권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아래 대기업 노조 그들만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집단이기주의로 비춰진다. 지난 2007년 산별노조로의 전환은 당초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교섭력을 증대시켜 동일업종에 속하면서 상대적으로 약자 입장에 있던 중소기업의 권익을 향상시키고자 한 것이 아니었던가. 
 현대차 노조가 '귀족노조'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며 안정된 직장생활을 영위하는 그들이다.

 국내외 경제불황으로 수많은 기업들이 익사직전의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데도 아랑곳없이 국내 최고수준의 연봉과 복지, 근로환경, 고용안정까지 보장받는 대기업 노조들끼리 연대해 공동교섭을 하겠다는 것은 한마디로 이기주의의 극치다.
 한때 빵을 위한 파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던 때가 있었지만, 그 당시는 먹고 살기 위한 순수한 단체행동이었다.
 소위 가진 자로 분류되는 대기업노조가 이렇듯 이기적 집단으로 변질되어 가는 데 실로 심각함을 더해준다.
 남이야 어떻든 나만 배부르면 된다는 이기주의와 명분이 없어도 관계없다는 식의 변질된 노동운동, 청년들의 실업고통과 비정규직의 고용불안은 커져만 가는데 자기들만의 이익을 추구하겠다며 가열찬 투쟁의 깃발을 높이는 그들의 몸부림은 과연 이 시대를 사는 민초들의 눈에 어떻게 비춰질지 한번쯤 생각해 보길 바란다.

저작권자 © 울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