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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취재부장

'청년실업률 12.5%로 사상 최고'

 각 언론의 헤드라인이다. 실제로 주변을 보면, 한창 일해야 할 나이에 PC방을 전전하거나 아르바이트나 일용직으로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많다. 4년제 대학을 5~6년 심지어 7~8년만에 졸업하는 것조차 당연하게 여길 정도다. 일단 학적을 두고 일자리를 찾겠다는 작전이다. 사정이 이러니 결혼해서 성가(成家)를 하고 자녀를 낳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 볼 때 예사로 여길 게 아니다.

 물론 이 모든 원인은 '경제'가 힘을 못 쓰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만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이다. 연 7~8%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우리나라 수출품의 25% 이상을 사가던 중국도 이번 양회에서 중(中) 성장으로 정책을 바꾸었다.

 싸면 쌀수록 좋을 줄 알았던 유가도 너무 내려가니 되레 화근이 됐다. 기름값이 급락하자 산유국 시장이 위축돼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게 된 것이다. 에너지 수입국이자 '수출한국'의 운명이고 역설이다.

 예부터 궁즉통(窮卽通)이라 했던가. 위기돌파를 위한 갖가지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경기회복을 위한 백화제방의 시대다. '임금피크제'도 그 중 하나다. 청년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고육책이다. 임금피크제는 경기가 좋을 땐 경제사전 속에서나 찾아보는 단어였다. 허나 지금은 일상적인 말이 됐다. 다만 처한 입장에 따라 받아들여지는 느낌은 전혀 다르다. 특히 당사자인 장년세대가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꼭 그렇게 받아들일 것도 아니다. 정부로부터 '정년 60세'라는 제도적 보장이라는 큰 선물을 받은 점도 생각해야 한다. 안정적인 급여 못지 않게 '고용안정'도 직장인에겐 매우 중요한 문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게 사람마음이라고 하지만, 냉정하게 판단할 것은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포도농사를 짓는 두 마을이 풍작을 거두었다. 풍년을 자축하자며 두 마을 이장이 집집마다 포도주 한 병씩 가져와 큰 동이에 부어 '화합주'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막상 동이에서 포도주를 떠내자 한 마을은 맹물이 나왔다. 반면 다른 마을은 '스페셜 와인'이 나왔다. 모두가 '나 하나쯤이야' 하며 맹물을 갖다 부었던 마을 사람들은 얼굴도 들지 못하고 자기 집으로 급히 돌아갔다. 반면 잘 숙성된 포도주를 갖다 부은 마을 사람들은 날이 새도록 잔치를 벌이며 내년 풍작을 기원했다.

 사실 임금피크제는 앞 세대의 작은 희생과 양보, 배려를 요구한다. 이 세상 어느 누가 자기 임금이 깎이는 것을 좋아하겠는가. 자기 집에서 제일 좋은 포도주를 갖고 나온 사람도 욕심이 없어서 그랬던 게 아니다. 그래서 필자는 임금피크제를 논리적으로만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물론 임금피크제로 확보된 자금이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재원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공기업이 임금피크제로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청년 구직자에게 취업기회를 주는 것이 증명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내 자식을 비롯한 뒤 세대를 위한 희생과 배려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싶다. 단군 이래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도 알고 보면 부모님을 비롯한 앞 세대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게 아닌가.

 50대 이상은 '마중물'을 잘 알 것이다. 주로 지하수를 사용했던 60~70년대는 손 펌프로 물을 퍼 올렸다. 그때 반드시 한 바가지의 물을 펌프에 먼저 부어넣어야 한다. 이게 마중물이다. 만약 마중물을 붓지 않으면 아무리 펌프질을 해도 물이 올라오지 않는다. 한 알의 밀알이 썩어야 수많은 밀이 생산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임금피크제는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높고, 사회적 책무도 높은 공기업이나 대기업이 주요 대상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국 평균을 오르내리는 저임금으로 생활하는 근로자에게 임금피크를 적용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겠는가.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은 기업은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도 임금의 무한상승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값싼 노동력이 풍부한 후진국으로 한국 기업이 나가는 원인이 무엇이겠는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안기는 임금피크제는 앞 세대의 작은 양보로 뒤 세대의 살 길을 터주자는 것이다. 누가 아는가. 오늘의 작은 양보가 뒷날에 큰 보답으로 돌아올지. 특히 같은 근로자 입장이면서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대기업·공기업 근로자들이 대승적 결단을 내리면 임금피크제는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임금피크제는 취업절벽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매우 의미 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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