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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20년 전의 일이다. 필자가 대학생이었던 1996년 여름, 2개월간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세상 물정도 잘 몰랐지만 빠듯한 여행비에 의욕만 앞선 충동적인 여행이여서 그런지 고생을 정말 많이 했었다.
 그러나 여행지의 멋진 풍경과 추억이 너무나 생생해 고생했던 기억은 다 잊어버리고 언젠간 유럽 대륙을 꼭 다시 밟아보겠노라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던 중 올해부터 우리 구청의 직원연수 형태가 바뀌게 됐다. 수동적으로 참가할 수 밖에 없는 단체연수의 틀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직접 팀을 구성하고 기획하는 해외 배낭연수 형태로 바뀐 것이다.
 '배낭'이란 말에 심장이 뛰었다. 서둘러 팀을 구성하고 스페인, 포르투갈 주요도시의 재래시장 활성화와 도시경관을 벤치마킹하는 주제로 연수를 신청했고 운 좋게도 우리 팀의 연수기획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걱정과 후회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항공부터 교통편, 숙소 등 모든 것을 업체의 도움 없이 직접 결정하고 예약해야하니 연수준비는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이었다.

 연수일에 임박해서는 일과 후 매일같이 연수계획을 토의해야했고 심지어는 퇴근해서 새벽 2~3시까지 각종예약과 자료를 수집해야 했다. "내가 정말 이걸 왜 신청했을까. 지금이라도 집에 일이 생겨 못가겠다고 할까"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 정도였다.
 이 같은 힘든 준비 끝에 우리 팀은 드디어 포르투갈 리스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리스본에 도착한 우리는 일상에서 벗어난 해방감과 유럽 거리의 이국적인 풍경에 도취돼 오랜 비행으로 인한 피로도 잊고 열정적으로 일정을 이어 나갔다.
 방문지별로 주목받고 있는 도시경관, 관광 이동수단, 활성화된 재래시장을 방문해 성공요인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꼼꼼히 체크했다.

 이렇게 리스본, 마드리드, 세비야를 거쳐 연수일정의 중간지점인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 도착했다. 우리들의 열정과 체력이 소진될 무렵 작은 사고가 발생했다.
 그라나다에서 바르셀로나로 넘어가기 위해 현지 저가항공편을 이용했었는데 항공사의 실수로 팀원의 캐리어를 분실한 것이었다.
 공항 내 항공사측에 찾아가 부족한 영어로 사정을 설명하고 향후 사고처리를 위해 분실확인서를 받았다.
 바르셀로나 숙소로 향해가면서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연수는 연수대로 접고 집에 못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 사고 덕분에 우리 팀은 느슨해진 정신 상태를 다시 가다듬었고 남은 일정을 별 탈 없이 잘 소화할 수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각 도시의 재래시장은 잘 정돈된 시설과 소비자를 위한 콘텐츠 덕에 주변 상권과 조화를 잘 이뤘고 대형마트 못지않게 사람들로 성황이었다.
 유명지의 도시경관은 자연과 오랜 역사를 가진 건축물들과 잘 조합돼 주민들에게 멋진 생활환경을 제공함과 동시에 매년 수많은 전 세계의 관광객을 유치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처럼 이번 연수를 통해 배운 점과 느낀 점이 많았다. 우리가 이 선진지를 견학했다고 해서 당장 이를 구정에 접목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주민들을 위한 정책과 행정에 소중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특히 이번 연수는 구정에 반영할 수 있는 견학 테마를 정하고 직원들이 직접 일정을 계획하는 과정을 통해 남구의 발전 방향과 효과적인 방법을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실천하는 계기가 됐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공무원들의 국제적인 마인드를 높이고 새로운 경영 행정으로 도입한 해외 배낭연수가 '미래를 향해 변화하는 희망찬 행복 남구' 건설을 위한 중요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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